▲ 변상현 조이소아병원 원장 |
얼기설기 판자로 얽어 만든 담은 구멍이 숭숭뚫려 집 내부가 다 보이는데 저녁마다 마당에 있는 펌프로 물을 퍼서 홀딱 벗고 씻었던 기억도 난다.
내가 알고 있던 대전이라는 동네는 서쪽으로는 선화동, 동쪽으로는 가오리, 북쪽으로는 신흥동, 남쪽으로는 문화동이 전부였다. 세월이 흘러 지금에 이르러서는 동네 이름조차 생소한 곳이 많아 졌을 정도로 대전이 많이 커졌다. 대전에서만 살아온 나는 대전을 떠나본 적이란 군대 3년과 일본 유학시절 1년이 고작이다.
내가 70년대에 대학을 다닐 때만해도 길을 걷다보면 아는 사람에 치여 인사 나누기가 바빴는데 지금은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 졌다. 그만큼 인구가 급속히 늘어 이제는 150만의 인구를 거느리는 대 도시가 되어버렸다. 많은 친구들이 대전을 떠나 살기도 하고 다시 돌아오기도 하지만 만날 때마다 새록새록 옛 이야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잘거린다. 주로 하는 이야기는 “그 때가 좋았어”이지만 그 때의 환경이 좋았다는 말인지, 시절이 좋았다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좋았다는 것밖에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나는 약 13년 전에 일본 연수를 1년간 혼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당시의 일본이 우리나라와 다른 것이 있었다면, 깨끗하고, 조용하고, 출퇴근시간 이외의 낮에는 거리가 한산하고 등의 일반적인 느낌 이외에 이미 수많은 기업 도시가 있었고 그 기업 도시들은 내가 계속 살았으면 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전원적이면서도 도회적이고, 조용하면서도 때론 왁자지껄한, 한 마디로 살고 싶은 도시가 탄생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의 대전을 보면서 그 당시 부러워했던 일본의 도시들에서 느꼈던 감정보다 더욱 더 멋진 곳에서 살고 있음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나는 명품을 모른다.
그러나 명품은 어느 누구도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나 환경 또는 명성이나 지위라는 것은 안다. 대한민국의 인간 전시장 대전에서 토박이인 나는 가끔씩 외지에서 온 외지인에게 대전에 대해 묻는다. 대부분의 그들은 대전이 공기가 맑고, 넓고, 음식이 맛있고 푸짐하며, 사람들이 얌전하고 지방색이 없고, 곳곳이 푸르르며, 천재지변이 없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고들 한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중심지로서 전국 어디나 대전에서 보면 다 이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우리 친구들이 말하고 있는 좋았던 대전에서부터 외지인들조차 칭찬하는 현재의 대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명품도시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대전 시민은 모두 명품을 끼고 품고 덮고 이고 사는 명품 시민들이 아닐까? 그러면 나도 명품일까? 아니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내가 대전을 보다 품위 있는 명품도시가 되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나의 전공분야를 더욱 연마하여 내 일이 우선 명품이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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