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FTA와 쇠똥구리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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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FTA와 쇠똥구리의 위기

  • 승인 2007-07-23 00:00
  • 신문게재 2007-07-24 21면
  • 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천연물의약연구센터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천연물의약연구센터
▲ 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천연물의약연구센터
▲ 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천연물의약연구센터
어린 시절 누구나 파브르의 곤충기를 읽은 적이 있었을 것이다. 파브르의 곤충기에는 여러 벌레들이 나오지만 주인공은 단연 소똥구리이다.

소똥이라는 다소 냄새나는 소재 때문에 소똥구리가 정겨운 동물로 되기는 어려웠지만 소똥구리가 소나 말똥으로 엄마소똥구리와 아빠소똥구리가 사이좋게 아기집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도 리얼하게 소개되어 있어 벌레도 자기 새끼를 키우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게 해준 소똥구리이었다.

소똥구리 아기집이 될 소똥구슬을 만들고 엄격한 심사를 하여 조금만 습해도, 조금만 건조해도, 조금만 크기가 규격을 벗어나도 불합격 처분을 하는 건설 감리기술까지 가진 소똥구리들이었다.

과거 소가 끄는 우마차를 자주 보던 시절에는 길가에 소똥이 흔히 있었고 길가다가 조심하지 않으면 신발에 걸칙하게 소똥이 묻게 되는 경험을 하곤 했다. 소들을 방목하는 시골 둑방길은 으레 소똥 천지이었고 그곳에는 어렵지 않게 소똥구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제는 농촌에서도 우마차를 볼 수 없는 시절이 되고 말았고 시골길에서조차도 소똥을 발견하리란 쉽지 않다. 과거처럼 달구지를 끌고 쟁기를 지고 농사일을 돕던 소의 역할이 없어진 이유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소들은 길에서는 거의 볼 수 없고 좁은 축사 안에서만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시골길에서 조차도 소똥을 찾아 볼 수 없고 간혹 둑방 근처에 매여 있는 소 주위에서 겨우 소똥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입쇠고기로 인하여 축산업이 위축되어 가던 참에 미국과의 FTA 체결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보다 확대될 전망이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미처 이루어지기 전에부터 국내 쇠고기 값이 떨어지고 있으니 쇠고기의 수입이 본격화되면 국내의 한우 숫자는 더욱더 줄어들 전망이다. 한우 숫자의 감소는 소똥구리의 먹이가 감소함을 뜻하며, 더구나 요사이의 소들은 들풀들로 이루어진 소꼴보다는 거의 배합사료만을 먹기에 겨우 발견한 소똥마저도 배합사료의 잔해로 이루어졌기에 셀루로스가 거의 없는 맛없는 소똥을 먹으면서 버티어 왔던 소똥구리들이기에 한우의 숫자 감소는 종 자체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는 개발과정에서 이미 많은 생명자원들을 잃어버렸지만 더 이상 잃을 수는 없다. 없어진 종을 되살리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연구기금을 쓰는 선진국이기에 멸종 위기에 처한 소똥구리를 살리려는 노력은 그들도 인정해 주지 않을까 한다. 한우의 똥만을 주식으로 하는 소똥구리를 살릴려면 어느 정도의 한우숫자가 유지되어야 하고 농가가 한우를 적정 수준에서 사육하려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고. 물론 한우 사육농가에 대한 보조금은 WTO의 룰에 위배될 수 있지만 사라져 가는 소똥구리 보존기금 지급은 선진국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과 함께, 그들의 친구인 한우와 함께 이 땅에서 살아온 소똥구리!
소중한 생명자원으로서 소똥으로 지저분한 길을 치워주며 환경 지킴이 역할까지 하던 소똥구리는 사람들간의 협상문서가 자신의 생존을, 멸종까지도 위협하고 있음을 알지도 못한 채 지금도 어디 한곳에서 마지막 남은 소똥을 치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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