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35년간 음악활동을 해온 필자는 내심으로 어찌 이런 사람이 관장이 됐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출신으로 거의 구성된 현 전당 스탭들의 생각이 이렇다면 새로운 ‘역 지역주의사고’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역 예술인들은 대전시 문화예산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당이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지역예술단체들 공연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외국 공연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지역문화의 색깔을 낼 수 있는 대전시만의 문화생산자로써 전당의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다.
전당 개관 4주년을 맞이하는 동안 년 80억 예산으로 그동안 무엇을 해 왔는가. 전당 관계자들이 지역 소수 특권층의 입맛에 맞는 공연문화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은 아니였는지 각성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현 전당 관장의 재계약여부를 정치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당은 전임 시장의 ‘고급문화’육성 코드에 맞춰 막대한 지원과 특혜를 받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개관이후 전당은 전임시장의 코드에 맞춰 정치적인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 관장 재계약여부는 정적인 면보다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대전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전당이 지역 문화발전에 얼마나 기여했고 발전시켰는가. 그동안 지역 예술인에게 배타적으로 무시하지 않았는가. 서울 기획사만 살찌우는 기획공연을 하지 않았는가. 지역 소수 특권층의 사교장소 역할에만 열을 올리지 않았는가. 전당 스탭들의 안일한 사고로 기획공연의 관람점유율이 대관공연보다 낮지 않았는가 등을 심도있게 점검한 후 현 관장의 재계약을 비롯해 전반적인 전당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을 대전시에서도 알아야 한다.
필자처럼 지역에서 수 십년간 음악활동을 해 온 사람들은 전당의 현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발전의 기대가 어렵다고 본다.
물론 전당이 무조건 지역예술인들의 뜻대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전 시민들의 혈세로 운영한다면 지역과 소통하고 지역특색의 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대전문화예술의 산실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지역주의가 대전문화예술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동안 전당은 지역예술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과 사랑없이 도도함만 자랑해왔다. 전임시장의 고급문화에 맞춰 우쭐했던 전당에서 현 시장의 서민중심의 문화정책에 맞춰 전당도 변혁이 와야 한다는 것이 지역 원로 예술인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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