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엘리트의 머리 ‘합체’
사이버 테러리스트와 맞선다
매클레인이 상대해야 할 새로운 적은 사이버 테러리스트다. 천재 해커 토마스 가브리엘이 이끄는 사이버 테러단은 주요 네트워크를 모조리 장악하고 미국을 악몽에 빠뜨릴 계획을 세운다.
딸 루시를 만나러 뉴저지에 들렀던 매클레인은 그곳에 사는 해커 매튜 패럴을 워싱턴으로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패럴을 노리는 테러단의 공격을 물리치며 워싱턴으로 향하던 매클레인은 사이버 테러에 패럴이 관계가 있음을 직감한다. 빌딩 공항 그리고 뉴욕의 학교와 연방준비은행을 지켜내야 했던 매클레인은 이제 디지털 테러를 저지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다이하드 4.0`의 미덕은 ‘다이하드`의 원점으로 돌아가 이 시리즈가 가진 매력을 십분 되살려 놓는다는 점이다. 덕분에 매클레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외롭게 적들과 맞서고 때리는 것보다 훨씬 많이 얻어맞는다.
익숙한 장면들은 반갑게 다가온다. ‘다이하드` 1편과 2편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매클레인이 적의 무전기를 빼앗아 “대장 바꿔!”라고 말하는 순간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될 것 같다.
브루스 윌리스도 나이를 먹었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고 들어간 연출은 매클레인의 캐릭터를 관객에게 살갑게 이끈다. 렌 와이즈만 감독은 이를 오히려 영리하게 써 먹는다. 사이버 테러리스트와 맞서야 하지만 매클레인은 컴퓨터와는 담쌓은 구닥다리다. “만사는 직접 찾아가 문을 두드려야 풀린다”고 믿는 이 아날로그 영웅 대신 사이버 테러를 저지해야 하는 디지털 세대는 패럴의 몫.
아날로그와 디지털, 구세대와 신세대, 주먹과 머리를 대표하면서 상호 보완하는 두 캐릭터의 호흡은 물량공세에 가까운 우악스런 영화에 잔재미를 보탠다.
실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F-35 전투기도 실제 크기의 절반인 모델을 촬영해 투입함으로써 100% CG 화면의 이물감을 많이 덜어냈다. 소방파이프를 터뜨려 솟구친 물줄기로 헬기 위의 저격수를 떨어뜨리는 등 액션의 상상력도 훌륭하다.
작품으로 봤을 때 ‘다이하드 4.0`은 순차적인 속편을 의미하는 ‘다이하드 4`라는 제목 대신 업그레이드를 의미하는 ‘4.0`이란 제목을 쓸 자격이 있다. ‘다이하드` 오리지날보단 못해도 2편이나 3편보단 낫다.
브루스 윌리스는 최근 한 TV토크쇼에서 ‘다이하드` 5편의 제작 가능성을 내비쳤다. 매클레인이 악당들을 해치울 때 외치는 소리, “이피 카이 에이…”(Yipee-Ki-Yay…)를 앞으로도 더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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