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인의 시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나도 지금까지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된다.
지난해 10월말 2년 동안의 IMF 상임이사직을 끝으로 75년에 시작한 공직생활을 마감하면서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 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등에 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게 되었다.
통계청장으로 2년 7개월을 보낸 때문인지 통계로 표현된 인간의 생노병사 (출생통계, 고령자통계, 질병`사망원인통계를 비롯하여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추정한 생명표 등)를 많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 결과 인생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기회가 많아진 셈이다.
산을 오르며 얻는 지혜
주말이면 서울 근교의 산을 가끔 오른다. 산에 오르다보면 등산하는 사람에도 여러 유형이 있는걸 보게 된다. 산행은 뒷전이고 계곡에 앉아 노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 몸을 단련하러 등산하는 사람, 정신적인 수양을 닦기 위해 등산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정부 제2 종합청사가 있는 과천에서 연주암을 지나 연주대까지 45분 만에 주파한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체력단련에 중점을 두고 등산하는 사람이다. 내 경우는 정신적인 면에 비중을 더 두는 편이다. 그래서 산을 오르는 사이사이에 쉬면서 여유를 즐긴다. 천천히 산에 오르다가 힘이 들면 잠시 쉬며 숨을 고르고 나무등걸을 만져 보기도 하고 시냇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지저귀는 새와 들꽃으로 가득찬 세상을 느껴본다.
정상인 연주대는 바람도 시원하고 경치도 좋지만 나 혼자만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정상에서 누리는 짧은 즐거움보다는 산을 오르는 순간순간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등산의 진정한 맛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는 신이 주신 선물(present)
영어에서는 현재를 ‘present’라고 한다. 여기에는 ‘선물’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이 단어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를 음미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현재야말로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라는 뜻일 것이다.
장래의 목표만을 중시하고 현재는 앞날을 위한 발판이나 잠시 거쳐 가는 정거장 정도로 여긴다면 불행한 일이다. 무슨 일이 주어지건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아닐까 ?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을 마치 경주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헉헉거리며 달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놓쳐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경주가 끝날 때쯤에는 자기가 너무 늙어 버렸다는 것,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진 웹스터의 ‘키다리아저씨’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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