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그 뿐이랴. 결혼시장에서 선거판에서 고위직 인선에서 학력의 진실성은 끊임없이 화제 거리가 되어왔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다른 어떤 분야에 비해서도 학력 검증 능력을 잘 갖추고 있다는 최고의 지식인 사회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있다. 시중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대학과 문화계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그 황당함이 도를 더하는 것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대학의 교수 임용 과정에서 학력의 진실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의사결정과정에서 그대로 통과되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학력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은 대학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소지 학위의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다소 까다로운 문제가 있지만, 학위의 소지 여부 자체를 확인하는 것은 쉬운 문제이다.
그런데도 해당 대학에서는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대학의 고위 관계자가 자리를 그만 두게 되었다고 하니, 대학 측이 어떤 종류의 미혹에 단단히 홀려 있었음이 분명하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문화계에서도 문제가 된 신모교수의 허위 학력에 대한 풍문이 나돌고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광주비엔날레재단도 역시 어떤 미혹에 홀려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여기에서 미혹이라 표현한 것은 실체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통털어서 일컸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뭔가에 씌었을 때 진실에 접근하지 못한다. 인간이 귀신에 씌었을 때 비상한 언행을 하게 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대학과 문화계가 도대체 무엇에 홀리고 무엇에 씌었을까? 세계적 명문인 예일대학의 간판에 씌었을까 아니면 미모의 여성에 씌었을까? 아니면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만들어낸 희소가치에 씌었을까? 필자가 이런 것들보다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에 확산되어 있는 스타 잡기의 풍조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의 학력을 가진 적정 수준의 외모를 갖춘 여성은 드물 것이다.
그래서 대학과 비엔날레 측에서 볼 때에는 이런 사람이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학은 특별채용을 서두른 것이다. 이런 스타를 임용함으로써 이들은 기관의 브랜드 가치를 단번에 올리려는 욕심을 가졌을 것이고, 이런 욕심이 눈앞을 가려 엄정한 검증 절차를 이행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스타를 유치하는 것은 기관 발전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기관들이 정말로 장래성 있는 스타를 유치할 수만 있다면 그 일을 탓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가장 기본에 충실해야 할 대학과 문화계가 스타 유치를 통해 단기간에 쉽게 기관의 브랜드를 높이고자 하는 욕심에 사로잡혀 제기된 의혹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짜 학력 소지자에 놀아나게 되었다면 그처럼 허망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신교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그런 행위가 통할 수 있는 우리 지식인 사회의 천박성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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