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라는게 낯선 풍경에 유난히 민감한 민족인지라 낯선 얼굴을 한 사람들이 여럿 모여있는 장면은 한번쯤 눈길을 가게 만드는 소재였던 것 같다. 필자의 표현처럼 한국남성과 결혼해 국내에 거주하며 살고 있는 외국인여성의 모습은 여전히 소재거리가 지나지 않는 듯 싶다. 이 대목에서 사뭇 필자의 부끄러움도 어쩔수가 없는 대목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외국인과 결혼하는 빈도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과의 국제결혼비율은 국내전체결혼건수의 12%에 육박하고 있고, 이는 10명중 한쌍이 외국인과 결혼하고 있다라는 통계로 추산된다. 초기에는 이 같은 국제결혼이 혼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농어촌 중소도시에서 빈번히 나타나던 일이었으나, 최근에는 이 같은 경향도 상당부분 변화하고 있어, 이른바 국제화 시대에 따른 전체사회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바, 상류층사이에서의 국제결혼은 잠시 차치하고라도, 국제결혼의 태동과도 같은 농어촌 다문화가정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개선점 모색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갖는 근본적 문제의 발단은 자녀가 태어나면서부터라고 정의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의 탄생이라는 행복한 순간이 어쩌면 그들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고통과 불안한 미래로 인해 가장 불행한 순간으로 어이없게 탈바꿈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어려서 부모의 교육적 역할, 특히 어머니의 책임이 적지않음에도, 이들 가정의 기본적 자녀교육, 즉 읽고 쓰는 능력에 대한 교육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말이 서툰 어머니의 역할은 자못 불 보는 뻔한 모습 아닌가! 이로 인해 발생되는 자녀들의 소외감과 주변의 불편한 시선들은 성장과정에서 이들이 사회의 사각지대로 걸음을 떼내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 교육인적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1만3000여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와 대비해 68%나 늘어난 수치로 이제는 이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히 강구돼야 함을 역설하는 통계인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다문화가정자녀들을 위한 ‘다문화가정자녀교육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깊을대로 깊어진 사회의 그릇된 편견이 단시간내 바로 잡혀질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다문화가정부모와 자녀의 교육에 대해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한국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그들에게 자칫 평생 힘든 굴레로 남겨지는 불상사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조류속에서 각 분야의 변화가 모색되고 있지만, 정작 밑바닥에는 우리와 다른 누군가에 대한 시대착오적 앙금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기본적 사회성이 성립돼야 할 학교에서조차 외면받음으로써 일찌감치 사회적 낙오자로 전락해버리기 일쑤다. 결국, 이로인해 다변화된 사회의 어느 자리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사회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이 안고 있는 가난의 악순환에 힘겨워 할 뿐이다.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 각종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지원책이 강구되고 있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 같은 지원책이 무색할 만큼 국제결혼가정의 이혼율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그 간 우리사회가 그들에게 보낸 냉대의 눈빛이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라는 점에서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다문화가정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우리말 교육의 기회가 보다 확대, 전문화돼야 한다. 다만, 생색내기에 급급한 지원단체와 전문성이 결여된 프로그램은 정리돼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교육은 한국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능력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주변에 적응하며,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말단의 요소인 것이다.
다문화가정 부모와 자녀에게 있어, 이같은 기본적 요건의 불충족은 고스란히 더 가혹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됨을 우리는 여러번 지켜봐 왔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제도 마련, 정착과 더불어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라는 인식의 제고 역시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필자는 글을 마무리하며, 새삼 후회감이 밀려온다. 6월 어느날 만난 피부가 조금 다른 여인네들에게 가벼운 인사말이라도 건넬 것을... 만약 언제고 다시한번 마주치게 되면 당당히 얘기해보리라!‘안녕하세요`라고... 그들도 비롯 서툰 발음이지만, 똑같은 한국말로 반가워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마음에는 한국이 성큼 다가와 있을지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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