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우리 선조들이 생활속에서 일구고 실천해왔던 몇 가지 과학 슬기를 통해 앞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뜻에서 이글을 쓴다.
환경 문제의 핵심은 일상 생활속에서 한사람 한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상행위 하나하나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연을 훼손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훼손 행위를 최소화 하면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의 영향으로 가장 먼저 훼손되거나 오염되는 것이 숲과 나무, 물일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숲과 나무, 물을 지키는 생활이 몸에 배어 있었다. 지금도 이러한 생활 덕분에 자연마을 어귀에는 수백 년이나 된 큰 나무들이 늠름하게 서있다. 이를 보는 우리는 왠지 모르게 경외감을 갖게 되고 감탄을 절로 하게 된다.
여기에는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철저하게 지켜온 철학이 숨어 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나 도시에서 자란 분들은 생소한 용어일지 모르지만 “동티”라는 말이 있다. “동티 난다”든지 “동티 잡는다”라는 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흔히 듣던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 이거 미신 아냐! 하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진정한 뜻을 캐보면 이것만큼 환경과 자연을 지키는 화두는 없다.
동티는 세 가지 개념을 갖고 있는데 동토(動土), 동목(動木), 동석(動石)이다. 땅을 함부로 파거나 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꺾고, 돌을 함부로 건드리거나 옮기면 집안에 우환(憂患)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은 땅을 아끼고 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해치지 않았으며, 함부로 돌을 캐내거나 옮겨 쓸 수가 없었다. 만약 집안에 큰 병을 얻은 사람이 있으면, 무당의 힘을 빌려 동티잡기를 하면서 신께 사죄하고 자연이나 환경을 파괴하거나 오염 시켰으면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즉, 종교적인 심성으로까지 승화시켜 자연과 환경을 지켜온 것이다.
숲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땔나무가 많이 들어가는 구들(온돌)도 상황에 따라 엄격히 제한하기도 했으며, 집을 한 채 지을 때 쓰는 나무 한 그루, 돌 하나도 신께 허락을 받고 경건하게 얻어 썼다.
자연석으로 이루어진 주춧돌은 다듬지 않고 그대로 썼으며 바위 바닥은 그대로 둔 채 나무 기둥을 깎아 맞추고 세워 집 기둥이 자연스럽게 숲과 하나가 되는 건축물들도 곳곳에 있다. 이 모두는 현대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 설계 길잡이가 되고 있기도 하다.
물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 지금은 설거지물이 싱크대를 통해 곧바로 버려지지만 부엌에는 설거지물을 담아두는 구정물통이 있어서 소, 돼지 등 가축을 기르는 먹이로 쓰고, 쉰 구정물은 쥐약을 먹은 강아지가 토해내도록 하는 비상 약품 노릇을 톡톡히 했으며 마지막에는 거름으로 써서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뜨거운 물은 식힌 후 땅속에 버려 땅속의 미생물이나 들풀이 상하는 것을 막았다. 물을 낭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물이나 샘물을 함부로 쓰면 용왕신의 노여움을 사서 죽으면 물에 둥둥 떠다닌다고 해서 항상 경계하였다. 또한 우물이나 샘물이 끊어지지 않고 깨끗하게 유지되게 해 달라는 뜻에서 물을 주관한다고 믿는 용왕신께 제사를 드리곤 하였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은 나무와 숲과 물을 생활 속에서 지켜 갈 수 있도록 현실적, 종교적 장치들을 실천해 왔다. 이러한 우리 겨레의 과학슬기들을 잘 이어받아 환경 문제를 해결 하는데 디딤돌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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