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7일, 대한민국의 건국헌법(建國憲法)이 제정된지 햇수로 60년을 맞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문헌법은 1899년에 공포된 대한제국국제 (大韓帝國國制) 9개조항이지만 이는 전제군주정을 전제로 한 것이고, 1948년 7월 17일에 공포된 헌법이 민주공화국 헌법으로서 최초로 제정된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후 9차례에 걸친 헌법개정을 거친 끝에 1987년 10월 27일 제정 공포된 현행헌법이 현재까지 유지되어오고 있다.
내가 헌법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로 기억된다. 당시 사회과목을 맡으신 선생님께서 나에게 헌법조문을 외워볼 것을 권하셨고, 나는 영어단어장 크기의 헌법전문을 입수하여 등·하교길에 조문을 하나하나 영어단어를 외우듯이 120개조에 달하는 전문을 모두 암기하였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잘 몰랐지만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7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식으로 그저 달달 외우기만 하였는데 이것이 어떻게 기억에 남았는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정치사회 과목을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후 법과대학에 진학하여 특히 헌법에 취미를 가지고 헌법학을 전공할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당시 은사이신 김철수 교수님의 투철한 인권의식과 자연법사상에 입각한 천부인권설(天賦人權說)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판사(判事)가 된 후에 헌법의 힘을 빈 경우가 두차례 있었다. 하나는 이른바 “반국가행위자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으로 피고인의 궐석재판과 항소의 제한, 재산몰수 등을 규정한 것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는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을 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아 적정한 판결을 선고한 것이고, 또 하나는 구 형사소송법 제97조 제3항(보석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이다.
법원의 보석허가결정에 대하여 검사(檢事)의 즉시항고(卽時抗告)를 인정한 것은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간섭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직권으로 위헌제청신청을 하여 역시 위헌결정을 받아 형사피고인의 인권(人權)을 획기적으로 보장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2. 헌법의 이념(理念)과 소원(所願)
나는 우리 헌법이 단지 헌법 조문(條文)에 적힌 내용 이상의 철학과 역사성, 그리고 시대정신이 녹아있는 절대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근대헌법의 특질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권력분립의 원리”를 천명하고 있으며 이는 바로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절대권력(絶大權力)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이다.
따라서 헌법의 개정(改正)은 집권세력의 의지에 따라 자행(恣行)되어서는 아니되고 일차적으로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守護)할 책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기관의 권한 자체가 헌법으로부터 창설되고, 헌법에 의하여 정당성(正當性)을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대통령께서 “헌법의 개정”을 제의하였다가 철회한 바가 있고, 최근에 공직선거법 제9조에서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조항이 개인의 기본적인권(표현의 자유등)을 부당하게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소원(憲法訴願)을 제기하였다. 정치활동이 허용되는 대통령이(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3조 제3항의 공무원에 관한 규정) 공직선거법 제9조에 정한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헌법위반이라는 취지인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주목된다.
헌법은 국민, 영토, 주권과 더불어 국가를 이루는 근본요소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현행 헌법은 1987년 국민투표에서 93.1%라는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建國理念)을 되살리고, 헌법 수호의 의지를 다짐하는 것이 바로 우리 헌법이 소원(所願)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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