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비자들이 의료계에 대해 적대적이 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로 반드시 억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환자의 질병 치료와 건강회복은 병원에 대한 신뢰와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병원에 대한 신뢰가 높을 때 질병치료의 효과는 높아지고 진료를 받는 환자가 진료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으면 치료의 효과는 떨어진다. 특히, 환자가 의료계를 불신하면 의료서비스 공급자 역시 정신적 부담감 때문에 제대로 된 진료를 하기 어렵다. 이처럼 질병치료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환자간에 상호의존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자랑하는 미국 역시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저항 속에서 신뢰받는 병원을 구축해 왔다. 1960년대 중반 미식축구 선수 한 명이 진료진의 부주의로 다리를 절단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소비자들의 병원에 대한 비판과 저항은 극에 달했다. 당시 미국 재판부는 처음으로 환자의 편을 들어 주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공급자 편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진료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관행이 확립되었으며, 각종 의료기관은 윤리경영의 확립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병원들은 신뢰회복의 일환으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공익광고를 시작하기도 했다.
병원 조직에서의 윤리경영은 기업의 그것과는 달리 매우 복잡하고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 수준을 판단하는 대상이 기업의 경우에는 무생물인 제품이지만, 병원의 경우 사람의 생명이기 때문에 어떤 다른 분야보다 강력한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여기에서 시대변화에 따른 중요한 문제는, 윤리의식의 판단 주체가 과거 공급자로부터 의료소비자와 관련 시민단체 등 다수가 되었다는 점이다.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윤리의 기준은 병원과 소비자가 얼마나 협력적인가 하는 것과, 법률과 규칙의 정확한 준수가 될 것이다. 병원이 의료소비자에게 협력적이 되기 위해서는 환자의 요구와 편의에 맞추어 진료를 수행하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공급자들은 과거의 주관적 진료수행 습관 때문에 소비자 중심의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윤리의 기준은 시대변화에 따라 변하는 것이 진리이다. 그것을 거역했다가는 그 어느 누구도 사회적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일반 시장에서는 이미 소비자가 폭군의 위치에 와 있다. 병원들은 의료분야 소비자도 그와 같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미리 대응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현대의 의료소비자들은 병을 고치는 방법만 모를 뿐이지 질병에 관한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병원에 대하여 진료비를 지불하는 만큼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결과 병원과 소비자간에 사회적 계약관계가 바뀌고 있다.
때문에 병원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윤리경영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관의 확립과 제도의 마련은 민주화된 시대 속에서 병원에게 새롭게 주어진 중요한 윤리적·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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