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방행정과 경영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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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방행정과 경영마인드

  • 승인 2007-07-12 00:00
  • 신문게재 2007-07-13 20면
  • 정용기 대덕구청장정용기 대덕구청장
1981년 로버트 크랜달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아메리칸 에어라인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강력한 예산절감에 나섰다. 당시 회사 화물창고는 도둑들의 주요 표적이었다. 그럼에도 크랜달 사장은 3명의 전담 경비원을 2명으로 줄이고 다음에는 1명으로 감축했다. 얼마 뒤 1명의 경비원도 시간제 경비원으로 교체했다.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시간제 경비원도 경비견으로 대체했다. 마지막에는 녹음테이프에 개 짖는 소리를 녹음해 타이머를 이용하여 진짜 경비견이 창고에 있는 것처럼 도둑들을 속였다. 놀랍게도 당초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절도 예방효과는 만점이었다고 한다. 잘못하면 고객의 신뢰를 잃을 수 있고, 회사의 운명이 걸린 예산절감과의 싸움에서 크랜달은 멋진 승리를 거뒀다.

세계는 WTO나 FTA처럼 장벽 없는 무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생존 투쟁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연구·개발활동은 물론 예산과 인력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경쟁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새로운 시장도 개척해야 한다. 고객의 끊임없는 요구와 불만에 대처하는 일도 중요하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했다가는 시장에서 곧바로 도태된다.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하는 상황이다.

행정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정착에 따라 주민의식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행정서비스 영역도 다양해지고 주민의 요구 수준도 높아졌다. 법령이나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던 과거의 행정행태로는 주민을 만족시킬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부도가 나거나 타 지방자치단체에 인수·합병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실제로 지난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연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고 모든 의사결정권을 연방정부에 반납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탄광도시였던 홋카이도 유바리시는 산업구조 변화와 지자체의 운영난맥까지 겹쳐 지난해 재정파산을 선언했다.

이런 사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라는 과제를 던진다. 여러 해결방안 가운데 최근 ‘경영행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행정`의 정의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업과 같이 원가·비용개념에 따라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둘째는 고객입장에서 고객만족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우리구는 최근 문예회관을 민간에 위탁운영하기로 했다. 한해 수 억원의 예산이 절감된다. 분기마다 예산을 정밀 분석해 낭비요인을 도려내고 있다. 사무기기 임차제, 재정심사제 등을 새로 도입하거나 강화했다. 조직도 실·과·담당체제를 팀제로 전환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관내 주요 기관 단체들이 서로 상생 발전하기 위한 ‘기관마케팅`과 구청장이 동사무소나 현장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현장행정`도 시행 중이다.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실시에 이어 올해 안에 ‘주민참여감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주 ‘평생학습도시`지정으로 주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초를 다졌다.

민선4기 1년이 지났다. 지방자치하면서 재정부문은 여전히 중앙집권적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간 재정의 양극화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광역시 자치구들의 재정난은 더 심각하다. 일반 시·군은 자체수입이 많거나 국비지원이 적지 않다. 그러나 광역시 자치구의 경우 몇몇 지역 외에는 복지예산과 직원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도시기반시설 확충이나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행정의 경영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사항이 되었다.

공익을 추구하는 행정에서 기업처럼 이윤을 바랄 순 없다. 그러나 경영마인드로 행정을 경영하는 일은 지자체의 생존 전략이다. 이제는 행정도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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