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믿으면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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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믿으면 손해다

  • 승인 2007-07-11 00:00
  • 신문게재 2007-07-12 21면
  • 김익중 대전서부경찰서장김익중 대전서부경찰서장
세상이 참 많이도 변한 것 같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었다. 정직을 가르치면서 어릴 때의 습관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을 강조하기 위해서 하신 말일게다. 사실 그 당시에는 바늘도둑도 흔히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가장 큰 도둑은 아마도 소도둑이었던 모양이다.

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고 다시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계는 하나로 되는 지식정보화 사회로 변천되면서 범죄의 양상도 그에 따라 변모해가는 것 같다. 바늘을 훔치는 것에서 비롯하여 농작물을 훔치는 것이 사회에서 가장 지탄받는 범죄라고 여겼던 농경사회에서 점차 발전하여 남의 집안에 있는 귀금속이나 현금을 훔치는 것이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범죄였다가 한탕주의에 편승한 은행털이가 가장 중요한 범죄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통신기술의 발달과 신용카드의 보편화에 따라서 힘들고(Difficult), 지저분하고(Dirty), 위험한(Dangerous) 범죄양상에서 손쉽고, 간편하고, 신속한 수법으로 발전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서 범죄도 3D에서 탈피하고 있는 듯 하다.

필자는 얼마 전 국내의 한 유명한 은행이라고 하면서 전화를 받은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전화 받기 30분 전에 집사람으로부터 자동이체 관계로 은행에 갔었다는 말을 들은 터라 아무 의심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기는 무슨 은행인데 혹 신용카드를 발급받으신 일이 있나요? 혹시 고객님께서 00장소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으신 적이 있나요? 또 00백화점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한 적이 있으신가요?” 없다고 답하자 “고객님께서 신용카드를 분실하셨거나 빌려준 적이 없다면 누군가가 고객님의 신용정보를 도용하여 고객민 명의로 카드를 사용하여 현재 신용불량자로 처리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고객님이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몇 가지 물어 보겠습니다” 하여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알려주었더니 다시 전화한다고 하였다. 전화를 끊고 난 후 뭔가 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해당 은행에 확인하였더니 요즘 흔히 발생하는 사기전화였다.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왠지 믿지 못하는 사회가 씁쓸했고, 곧이곧대로 믿고 답해준 내가 바보스러웠다.

전화사기로 피해를 당한 사람이 우리 경찰서에 피해를 신고한 것만도 여러 건에 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아마도 수백 건에 이를 것이며, 피해액수를 따지면 어마어마한 액수가 될 것이다. 대상은 주로 낮 시간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가정주부나 노인을 상대로 하고, 수법도 다양하다. 세금 과납에 대하여 환급을 해준다고 하기도 하고, 신용카드가 연체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녀를 납치하고 있다고 하기도 하는 등 수법이 교묘하기 짝이 없다.

통화내용을 추적 하려해도 흔히 말하는 대포폰이나 외국에서 국제전화로 전화사기를 하기 때문에 쉽게 추적이 어렵고 또한 피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피해를 당한 한 할아버지는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수 백만원을 사기 당하고는 망연자실하여 하늘만 쳐다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프기에 앞서 빨리 범인을 검거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경찰관으로서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피해를 당한 사람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사기를 친 사람도 지금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말로가 결코 좋지는 않을 것이다. 사기범은 뭔 말인지 알 것이다. 다른 건 다 믿어도 낯선 사람으로부터 온 전화는 믿지 말자. 특히 돈과 관련된 전화는 믿지 말자. 일단 의심부터 하고, 신고하고 확인 한 후에 믿어도 믿자. 전화사기, 믿지 말고 의심하는 것이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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