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직급·임금 적용 “차별의 합법화”
차별적 제도 폐지·외주화 남용방지를
<글싣는 순서>
1.각종 편법 등장
2.반쪽짜리 보호법 우려
3.사용.노동자 반대 이유
4.노사타협이 선결과제
5.전문가 제언
4.노사타협이 선결과제
정부대전청사 내 각 기관들은 무기계약 전환규모가 확정됨에 따라 임금수준 및 관리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비정규직 대책추진위원회에서 결정된 무기계약 전환대상 인력에 대해 직급·임금체계 설계, 인사관리규정 등을 마련해 9월말까지 전환대상 기간제 근로자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청사 내 중앙부처 및 공기업 중 전환 규모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다. 철도공사는 전체 비정규직 2679명(5월31일 기준) 중 전문가, 계절인부 등을 제외한 139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주로 역무원, 역무원 보조, 차량관리원, 시설관리원 등이다.
그러나 전국철도노조는 "무기계약은 또 다른 비정규직"이라며 "차별없는 온전한 정규직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무기계약은 공무원 신분도 아니고 별도의 직렬, 직급, 임금체계를 적용받게 돼 비정규직 차별이 합법화할 것"이라며 "무기계약이 제도화되면 정규직 정원이 감축돼 그만큼 무기계약 정원이 합법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 관계자는 "정원이 3만1480명에 이르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코레일"이라며 "경영개선 5개년 계획을 추진해 연차적으로 인원을 감축해야 할 입장이다"고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통계청은 사무보조원 등 371명을 전환대상으로 정하고 처우방안을 비롯한 지침을 마련중에 있다. 이밖에 산림청·중소기업청·관세청·조달청·특허청 등도 무기 계약직 전환규모가 확정됨에 따라 급여 및 인사규정 등 세부방안을 마련해 10월부터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제외한 대다수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들은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본격 시행됐으나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골머리만 앓고 있는 형국이다. 과학계의 특성상 비정규직이 많은 출연연들은 이들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을 우려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연연 인사 담당자들은 "연구소 자체에서의 대응책 마련은 곤란하다"며 "과학기술부 등 상급부처에서 인건비 비율을 조정해 주어야 적극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 처하자 상당수 출연연들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처우 및 복지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예산 등의 지원이 조속히 이뤄지면 완전한 노사타협이 기대되지만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선 정규직의 80% 이상까지 임금을 올리거나 가족수당과 각종 보험혜택 등 정규직과 처우 및 복지면에서 동일하도록 추가예산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관계자는 "과학계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차별 철폐를 위한 재정확충을 비롯해 차별적인 각종 제도의 폐지, 외주화 남용방지 및 기준의 수립, 고용형태의 표준화 등 노동형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정부출연 비율이 1.5~3%에 불과해 과학기술부의 인력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처우가 동일해 타 출연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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