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일순 대전 서원초 교사 |
예쁘게 단장한 엄마들이 하나, 둘 교실로 들어섰다. 삽시간에 교실은 젊고 예쁜 엄마들로 꽉 들이찼다. 두리번거리며 엄마를 찾는 아이들. 엄마와 눈 맞춘 아이 얼굴은 해처럼 환하다. 응답하는 눈길에도 따뜻한 정이 넘쳐나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 손잡고 와서 자기 그림을 가리킨다. 엄마는 잘 그렸다 칭찬하며 아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이 눈은 자긍심으로 반짝이고 있다. 세상 무엇이 부러우랴. 엄마를 끌어안고 살풋 눈감은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딸의 풀어진 단추를 꼭꼭 여며주고, 흐트러진 아들의 옷매무새를,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져주는 정 담긴 저 손길, 눈길. 교실 가득 사랑이 넘실거린다. 훈풍이 인다.
세상살이 또한 양과 음이 교차한다. 아이는 눈이 빠지게 기다리건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엄마도 있다. 얼굴에 스쳐 가는 저 짙은 외로움의 그늘. 그러던 차 엄마가 마악 교실로 들어서, 얼굴에 햇살이 드는 아이도 있다. 캄캄한 지옥에서 천국으로 인도된 듯 벅찬 행복감에 바라보는 나조차 기쁘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팽팽한 긴장이, 후끈 단 열기가 아이들의 전신에 얹혀있다. 항시 꿈틀대던 녀석도 오늘만은 바르게 앉아 손을 번쩍번쩍 들고 큰 소리로 똑똑하게 발표한다. 나 또한 흥이 난다. 쑥스러워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녀석도 있다. 무한정 기다려주며 응원의 눈길을 보냈다. 한참 후 모기 소리 만하게 대답하곤 자리에 앉는다. 보는 사람들도 그제야 휴우~ 안심을 한다. 엄마 안 와 어깨 처진 아이들을 의도적으로 발표시키곤 잘 했다 치켜세웠다. 다소 기운을 추스르나 풀죽은 마음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눈치다.
수업이 끝난 후 부리나케 달려가 엄마를 꼭 껴안는 아이, 엄마 얼굴에 뽀뽀를 쪼옥 하는 아이. 엄마한테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를 않는 아이도 있다. 우리 엄마가 제일 좋다고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전하고 있다. 엄마 안 온 아이들을 하나, 하나 챙기며 꼬옥 안아주었다. 여전히 시무룩한 얼굴이다. 내 마음에도 그늘이 진다.
엄마들이 사온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어둡던 아이들 얼굴도 한결 밝아졌다. 그제야 새벽부터 시장에 나가 고된 일에 시달리는 핼쓱한 엄마 얼굴을 떠올리는지도 모른다. 어려운 환경일수록 일찍 터득하는 슬픈 삶의 지혜다. 집안 형편이 잘 풀려 내년에는 오늘 못 오신 아이 엄마 모두 학교에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먼 훗날 아이 가슴에 해뜨는 날로 오래 오래 기억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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