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재정부담 늘어 외주용역화 불가피
차별시정 신청 과열되면 갈등만 증폭
<글싣는 순서>
1.각종 편법 등장
2.반쪽짜리 보호법 우려
3.사용.노동자 반대 이유
4.노사타협이 선결과제
5.전문가 제언
3.사용.노동자 반대 이유
진통 끝에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노사 모두에 외면 받는 악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비정규직 법이 시행되면 2년 이상 고용 시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줘야 하고 같은 일에 종사할 경우 임금과 근로시간, 휴가, 수당 등에서 정규직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 보호법은 정반대로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해고 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규직이 아닌 값싼 노동인력을 확보하려는 민간 기업은 비정규직 법의 한계를 악용해 외주 용역화 해 비정규직의 양산을 초래하는 등 비정규직 법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 보호 뿐 아니라 사용자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시행된 비정규직법이 태생적 한계로 인해 법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계는 사용자들이 비켜갈 여지가 많다며 반발하고, 경영계는 원칙과 예외를 구별할 기준에 난감해 하고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법 시행과 관련한 기업들의 외주 용역 전환에 따른 회전식 비정규직 양산을 우려하고 있다.
7월1일 이후 신규계약 된 노동자에게만 비정규직 법이 적용되면서 보호 장치가 없는 기존 장기근속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1순위가 될 게 뻔하고, 파견과 도급 구별기준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기간제 2년→파견제 2년→다시 기간제 2년`이라는 회전식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한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기업이 2년이 초과되기도 전에 기존 장기 근로자들을 해고하거나 다른 근로자로 교체할 가능성도 높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2년이 될 시점에서는 기업이 허술한 비정규직 법을 악용해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게 일정기간 휴지기간을 준 뒤 또 다시 신규계약 해 정규직 전환 조항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별적 처우를 받고 차별 시정 신청을 할 경우 현행 차별 시정 신청권자가 기간제, 단시간, 파견 노동자에 국한 돼 있어 사용자가 이를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렇게 될 경우 사용자는 직무급제, 성과급제, 연봉제 등 임금체계를 개편해 직무의 성격, 개별 노동자의 능력, 실적과 공헌도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라고 항변하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별도의 취업 규칙을 작성해 관리하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선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을 우려, 대책 마련에 비상이다. 실무적으로는 차별여부 판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들은 재정상의 이유를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아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임금 차별을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노사간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들은 우선 아르바이트 요원 처리에 고민하고 있다.
비정규직법이 초과근로(1주 12시간)를 제한한 데다 초과근로를 하는 경우 반드시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간제 근무자를 용역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회사들은 아르바이트 근무자의 하루 근무시간을 나눠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사용 사유제한은 기업의 인력운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것이고 노조도 차별시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차별시정 신청이 과도하게 제기돼 노사간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전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은 제조업보다 유통·은행·통신 등 서비스업종에서 활발한 실정"이라며 "고용의 유연성을 감안하면 예전보다 비용부담 등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외주 용역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공공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 민영기 비정규사업부장은 "노동자를 사용하고서도 노동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 가장 취약한 고용형태인 간접고용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법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오임술 교육선전부장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를 몰고 오고 있다"며 "노사 모두에 외면 받는 악법은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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