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언항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장 |
우리나라에서는 5분만 걸어도 인도위에 버젓하게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면 뉴욕사람들은 우리 보다 준법정신이 투철하거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아서 자동차를 인도위에 세우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정부 당국에 의한 철저한 단속과 자기의 권익을 지키려는 투철한 시민의식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로, 공원 등 공공재산이 불법적으로 점용 당하므로 이로 인한 시민의 불편사례를 모두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골목에서 큰 도로로 나오는 도로에는 주차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운전자의 시야가 가려 큰 도로로의 진입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때문이다. 그런데 지켜지지 않는다. 사람이 다니는 보도 위를 오토바이가 예사로 다닌다.
보도 위는 물론 차도까지 점거하고 장사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다. 시위를 하면서 차도를 점거하여 교통을 방해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몇 년전 영국 래스터대학의 애드리언 화이트 교수는 세계 178개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행복지도에서 우리나라는 102번 째로 행복한 나라라고 하였다. 덴마크가 1위이고 그 뒤로 스위스(2), 오스트리아(3), 아이스란드(4) 등이 라고 한다.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부탄(8)이나 브르나이(9), 나아가 중국(82)보다 행복하지 못하다고 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정당하게 행사 되어야 할 통행권 등이 침해 받기 때문이 아닐까? 집 밖을 한 발자국만 나서면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와 짜증은 엄청나다. 생명과 재산권을 상시적으로 위협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먼저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가 일상적으로 침해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평화롭고 쾌적하게 살 권리를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 돌출 간판을 세우거나 불법 주정차하여 시민을 불편하게 하면서 영업하는 업소는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도로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판매하는 물건은 사지 말아야 한다. 단속만으로 이러한 행위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이들로부터 우리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여야 한다.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은 주민이 편안하게 통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주민의 쾌적한 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법대로 단속하고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
생활환경을 하루 이틀에 쾌적하게 만들기는 어렵지만 희망은 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길에 마구 침을 뱉는 것이 예사였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용무가 생기면 화장실 사용이 겁났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사례를 보기가 어려워 졌다. 정부와 시민이 노력한 결과이다.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려는 시민의식이 선진사회를 만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