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사용.학자금 혜택은 기대도 못해
직장내 분리직군제 또 다른 차별수단
<글싣는 순서>
1.각종 편법 등장
2.반쪽짜리 보호법 우려
3.사용.노동자 반대 이유
4.노사타협이 선결과제
5.전문가 제언
2.반쪽짜리 보호법 우려
“비정규직 전환하면 정규직과 임금이 같아야 한다면서요. 본사 정규직들은 대졸 초임 연봉이 3000만원인데, 우리는 정규직이 됐지만 연봉이 1200만원 인걸요~”
대전의 A대형유통점에 근무하는 이모씨(29)는 푸념 섞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정규직이 됐다고 하지만 6개월에 한 번씩 체결하던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 외에는 직접적으로 와닿는 변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복리 후생 차원에서‘콘도 사용 등 복지시설 사용`과 ‘학자금 혜택`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반 정규직들도 혜택 받기 어려운 항목들이 말단 직원에게 해당 될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유통업계를 비롯한 제조업, 서비스업 전반이 최근 속속 정규직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같은 직장 내에서 업무와 대우를 달리하는 ‘분리 직군제`가 적용되고 있고, 이는 또다시 비정규직 차별의 수단이 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무늬만 정규직`이 된 것.
이 제도는 우리은행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처음 도입된 이후 유통업과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에게만 직급별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고 성과급 지급 기준액 비율도 크게 차이를 두고 있어 이들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4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지역의 B 업체 관계자는 “비정규직 전환 근로자와 순수 공채 출신과의 동급 취급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이에 따른 직급을 따로 만드는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전지역에서 3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대형유통업체 파트타이머(PT) 직원들은 이번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오히려 ‘순수한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길조차 막혀버렸다.
기존 대형유통점들은 2년이상 장기 PT들을 대상으로 경력직 정규직 고용을 해왔지만 분리 직군제 시행으로 정규직 전환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외주용역을 통한 간접고용 확대 추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주)이랜드가 캐셔(casheir) 600명에 대해 외주 용역을 주는 간접고용을 실시했고, 노동계는 여성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간접고용으로 열악한 임금, 노동권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부문과 기업들의 눈치작전과 각종 편법으로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사태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 직무급제를 통해 비정규직 전환을 한 홈에버 문화점은 최근 2년 이상 직무급자를 대상으로 추천을 받아 대상자를 선발했으나, 노조활동을 했던 직원들은 모두 탈락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비정규직 근로자와 여성노동자들이 반쪽짜리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또다시 피해의 대상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임금인상과 복리후생, 고용안정을 목표로 했던 비정규직법이 근본 취지를 벗어나 법망만 교묘히 피하는 ‘도피처`가 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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