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를 잃어버린 ‘무색무취’ 액션
좌충우돌 코미디로 웃음은 더 강화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둘 다 귀여운 아들이 생겼다는 정도. 이번에 주어진 임무는 희대의 살인마를 붙잡는 것.
에밀리앙이 또다시 사고를 친다. 53건의 무장강도와 122건의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희대의 살인마 반덴보쉬를 실수로 풀어준 것. 경찰생활 최대의 위기를 맞은 에밀리앙은 단짝친구 다니엘에게 도움을 구한다.
‘택시 4`는 전편의 익숙함을 그대로 살린다. 속사포 같은 대사에 어우러지는 두 주인공의 콤비플레이에다 사고연발인 경찰서 식구들이 주는 폭소급 웃음, 경쾌한 음악과 스피디한 전개 등이 그것. 유명 축구스타 지브릴 시세가 깜짝 등장하고 좀 더 매끈하게 튜닝된 택시도 선보인다.
웃음은 더 강화됐다. 지베르 서장(베르나르 파르시)이 에밀리앙보다 더 한 사고뭉치로 등장해 두 주인공 못잖은 웃음을 끌어낸다. 호텔 청소부를 테러리스트라고 체포하고 엉뚱한 사람을 책으로 때리고 음악으로 고문하며 자백을 강요하는 지베르의 막나가는 캐릭터는 영화를 난장판 코미디로 옮겨 놓는다.
하지만 영화는 결정적인 미덕을 놓친다. 콩코드 비행기에서 부품을 공수해 푸조 407모델을 개조했다는 택시는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듯하더니, 애써 질주하지는 않는다. 전편들처럼 택시가 변신하거나 시원하게 질주하는 장면은 초반 5분여에 불과하다. 택시는 이후 주차돼 있거나 잠복용으로 쓰인다. 새끈한 모습만 보라는 건가. 그렇게 멋지게 개조해 놓고, 아, 왜 실력발휘는 안 하냐고.
시원한 속도감 대신 선택한 좌충우돌 코미디는 신선하진 않지만 전편들을 보며 피식거렸던 관객들이 즐기기엔 충분하다. 분명한 건 ‘택시 4`가 ‘택시` 시리즈에서 꽤 멀리 달려가 다른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며 그 방향이 그다지 새롭지도 성공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12세 이상.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