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7월 4일, 처음 시내버스 준공영제 모자를 쓴다 했을 때 방송 MC를 맡았었다. 인터뷰이(interviewee)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고집했다. 경영 악화로 설 곳 잃은 버스업체의 서비스 질을 높여 시민 편의가 도모된다는 견해, 공공성에 치중하다 고비용 구조로 시민 세금 낭비만 초래한다는 견해.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제3의 견해.
그때 스튜디오 안에서 품었던 반신반의를 공개하면, 소프트웨어 보완이면 될 민영제의 단점을 성급히 하드웨어 교체로 막는 데 대한 궁금증이었다. 관리와 운영의 이원화는 땅 짚고 헤엄치기 같았고 공영제와 민영제에 다리 걸친 준공영제가 회색빛처럼 보여도 인터뷰어(interviewer)의 미덕으로 감춰야 했다.
그처럼 딱 2년 전에 위험 부담이 축소되고 선진화만 부각되던 제도의 부작용을 지난 파업을 통해 생생히 들여다봤다. 혹독한 대가를 치른 시민들은 준공영제라는 찌그러진 모자를 눈치 채기 시작했다. 문제점은 대전시 교통국 대중교통과에서 파업 이전 작성한 문건에서도 지적한 그대로다.
업체 자구 노력이 투입되지 않은 구조, 성과 창출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 관리통제가 어려운 구조, “특히 경영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관리장치 없이 업체의 자율경영에 맡겨둔 상태로 진행”하면서 틀릴 수도 있는 한 가지 해결책에 집중해 검은색 모자로 바꿔 쓰려 하고 있었다. 3% 이상은 안 돼, 대전시장은 책임자적 관점에서 파란색 모자를 꺼내 들기도 했다.
왜 정책 입안 초기에 모자를 제대로 못 골랐느냐는 의문에는 그래서 그 해법의 상당수가 녹아들어 있다. 굴리면 돈 나오니 불구경하는 듯한 사주(업체), 먹고살려니 싸울 수밖에 없다는 버스기사, 노와 정(대전시)으로 주체가 바뀐 협상 테이블. 편의보다 이윤에 치중…. 파업에 담긴 비밀을 시민들이 공공연히 알았으니 비밀도 아니다.
그러니 자유로운 상상력의 녹색은 쓰기 어렵게 됐다. 빨간 모자 먼지 털고 쓸 명분은 파업으로 잃었다. 준공영제 아래 잠자자는 생각과 준공영제부터 깨고 보자는 생각은 위험도가 똑같이 크다. 비싸지 않으면서 편안한 시민의 발을 위해 처음 쓴 직관의 빨간색을 이성의 흰색 모자로 고쳐 쓰자. 긍정과 희망의 노란색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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