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누구를 위한 용서인가

[나는야 논술 짱]누구를 위한 용서인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중학논술

  • 승인 2007-07-04 00:00
  • 신문게재 2007-07-05 10면
(문제)
(나)는 (가)작품에 대한 감상이다. (나)가 접근한 방향을 분석하고, 제시문 (다)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논술하시오.


(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 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주어진 자연의 혜택을 느긋하게 즐기는 데 시간을 더 쏟았을 것이다.

물론 풍요로운 생활환경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열악한 생활환경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동지’가 아닐 수 없다. - 황대권, 『야생초 편지』-

(나)
이 책이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내 인생의 가치관과 좌표로서 남아 있고, 앞으로의 내 삶에도 더욱 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감이 드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한 평 남짓한 물리적인 공간에서 수인(囚人)의 삶으로 이토록 넓은 마음과 깊은 사고가 가능했다는 것은, 내가 늘 불평하고 투덜대는 현실이 결국 내 마음자락의 크기임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환경에 지배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이 인간이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도 인간임을, 그 위대함을 깨닫게 해 준 책인 까닭이다.
- 김희영, 『야생초 편지』를 읽고 -

(다)
솟아오른 돌둑은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가라앉았다.
사람들은 그러나 이제 돌둑이 솟아오르거나 가라앉거나 아랑곳을 하지 않았다. 방둑이 솟아 올라와도 돌을 던져 넣는 일손을 쉬는 일이 없었다. 그 방둑이 하룻새에 다시 물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린 것을 보고도 원생들은 전날처럼 실망의 빛을 드러내지 않았다. 묵묵히, 꾸준하게, 끝날 날이 없는 역사(役事)처럼, 또는 숙명처럼 원생들은 그저 그 바닷물 속으로 끊임없이 돌을 던져 넣었다.

<중략>

원생들도 이제 원장과 마찬가지로 그 싸움 자체에 대한 집념이 쌓이고 있었다. 원생들도 이제 땅에 대한 소망 같은 건 둘째 문제였다. 틈만 나면 물 속으로 모습을 숨겨 들어가려고 하는 그 돌둑과의 싸움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싸움을 이기고 말겠다는 집념이 그들에게 돌을 던지고 또 던지게 했다. 돌들은 벌서 인간이 자연을 다스리기 위한 무의지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서운 복수심을 가지고 인간의 의지에 끈질기게 거역해 오는 두려운 생명체였다.

하지만 그런 싸움이 무한정 계속되다 보면 지쳐 나는 쪽은 역시 인간들 쪽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심신이 지치다 보면 무엇엔가 터무니없는 곳에까지 의지(依持)의 손길을 뻗치게 마련이었다. -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학생작품]김은혜 대전지족중 3학년
상처의 진정한 치유는 용서에서 온다

▲ 김은혜 대전지족중 3학년
▲ 김은혜 대전지족중 3학년
얼마 전 신문에서 행복지수(Happiness Quotient)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인구 20만9000명에, 소규모 농업과 관광업을 영위하고, 번지점프로 유명한 호주 부근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가 선정되었고, 우리나라는 전체 178개 조사대상 국가 중 102위였다.

너무나 충격적인 기사였다. 행복지수는 경제력과 비례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나라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행복한가?’ ‘진정한 행복은 객관적인가? 주관적인가?’

몸은 비록 한 평 공간에 갇힌 수인이지만 ‘야생초 편지’의 작가는 자유롭고 넓은 사유를 통해 자신이 처한 환경의 한계를 뛰어넘어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는 환경에 지배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도 인간임을, 그래서 인간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준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인간에게서 소외당한 채, 살아갈 땅을 얻기 위해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에 돌을 던지는 나병환자들의 행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당신들의 천국’의 나환자들은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과 사회에 대해 공포와 분노를 느낀다. 현실의 냉혹함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이 돌둑쌓기에 대한 오기로 나타난다. 그것은 땅을 얻기 위한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처절한 항거로서 급기야는 둑을 쌓는다는 목적과는 관계 없이 오로지 싸워 이겨야 할 대상으로서 돌둑쌓기는 수단이 되어버린다.

일반적으로 극한에 처한 인간에게는 좌절→원망→도전→포기의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당신들의 천국’의 나환자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앞에서 포기하고 싶어질 때 원망의 대상과 그 정당성을 찾게 된다. 그것이 때로 자해나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면서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도전을 하였나조차 분간 못하게 된다.

목표를 잃어버리고 눈앞의 나약한 대상에 대한 분풀이로 끝나버릴 때 그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외모만큼 일그러진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또한 행복한 삶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에 타인에 대한 증오나 복수는 결코 유쾌하지 않고 또 다른 불행을 불러온다.

작가는 조백헌의 입을 통해 믿음과 사랑의 다리를 더 많이 놓아나가자고 호소한다. 벽을 허물어뜨리고 그 절벽 대신 따뜻한 인정이 넘나들 믿음과 사랑의 다리를 놓아 건강 지대와 병사지대가 따로 없는 하나의 마을로 채워지기를 빈다.

무심코 발에 밟힌 개미에게도 용서를 빈 달라이라마는 원한이나 두려움 없는 한평생을 살았다. 그는 티베트인들을 학살하고 억압하며 나라조차 빼앗으려던 중국인들을 ‘용서하라’한다.

세상 만물은 상호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적에게 베푸는 자비는 곧 나에게 되돌아오고, 그래서 적을 용서하는 것이 나 스스로 행복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용서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고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하고 그들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타인이 준 상처에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그 타인을 용서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그리고 이 용서와 인내심이 우리를 지탱하게 해주는 힘이 되고 스스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행복을 최대의 목표로 삼는다. 세속적 행복뿐 아니라 궁극의 행복에 이르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전생애에 걸쳐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며 그것은 또다른 비극을 가져온다. 우리 안에 있는 미움과 질투와 원한의 감정이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며 그 장애물을 뛰어넘는 유일한 길이 용서라고 달라이라마는 말한다.

용서는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큰 수행이다. 용서는 자신 안에 갇힌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내 세상에서 선한 일을 하는 데 쓸 수 있게 한다. 용서의 실천은 우리 자신과 이 세상을 치료하며, 상처의 진정한 치유는 용서에서 온다.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유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라면 용서할 수 있는 마음, 그것 또한 우리 인간의 위대함이다.


[논제분석·출제의도 파악]
극한에 처한 인간이 지녀야 할 자세

자유를 빼앗기고 정신적으로 황막해질 수밖에 없는 감옥 안에서, 또 견디기 어려운 혹독한 환경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만큼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가)에 대한 감상문인 (나)에서는, 몸은 비록 갇힌 수인이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으면서 더 자유롭게 여유 있게 정신적 사유를 즐기는 지은이를 통해 인간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고 하였다. (다) ‘당신들의 천국’의 나병환자들은 땅을 얻기 위해 바다 속에 돌둑을 쌓으면서 혹독한 자연과 싸워 나간다.

그 땅은 단순한 땅이 아니라 어느 곳에도 발붙일 수 없는 그들의 생존 터전이다. 그러나 던져도 던져도 솟아오르지 않는 돌둑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희생, 변명거리(명분)를 찾게 된다.

(나)가, 수인의 상태에서도 여유를 지닐 수 있는 인간의 정신적 위대함에 접근했음을 파악하고, 분노와 두려움의 극한에 처한 (다) 제시문의 나병환자들이 지녀야할 행동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진술한다. 제시된 부분만의 상황이 아니라 글 전반에 관한 감상에서 접근해 본다.


[심사평] 정리다모 대전지족중 교사
신문·명언 인용… 객관적인 의도 전달 ‘효과’

▲ 정리다모 대전지족중 교사
▲ 정리다모 대전지족중 교사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 약한 존재인 우리는 용서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위의 주제는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면서도 용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의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라고 요구하고 싶다. 또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논거와 그에 타당한 의견을 제시해야 더 힘 있고 신뢰 있는 글이 될 것이다. 즉 읽는 이로 하여금 나와 같은 생각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타당하고 확실한 근거로 인하여 내 의견과 다름없이 같게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취함이 바람직하다. 은혜의 글에서 몇 가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

첫째, 서두에 신문 기사 글을 제시하여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환기 집중을 시켰다. 논설문에 있어 객관성은 꼭 필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하여 신문이나 유명한 사람이 한 명언 같은 것을 인용하는데 이는 객관적이며 대중적이므로 글쓴이의 의도를 전달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둘째,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관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글쓴이는 ‘당신들의 천국’을 예로 들어가며 구체적인 감정의 변화를 제시하였는데 이것은 작가의 의도를 좀 더 객관적으로 독자에게 제시하는데 효과적이다.

셋째, 제목과 논지의 내용이 긴밀하게 연결지고 통일되어 있어 결국 결론과 일치되었다. 다소 분주한 느낌을 주는 듯 하지만 주제에는 크게 빗나감 없이 비교적 탄탄한 마무리로 보아 건강한 글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서론의 문맥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나는 행복한가?’라는 1인칭적 시점보다는 좀 더 넓게 ‘인간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가?’로 출발하는 것이 논제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본론에서 삶은 수단이 아니라 목표라는 점, 복수는 또 다른 불행을 가져온다는 점 등 자신의 관점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결론에서 본론 부분의 요약 정리 후 결론이 전개 되었으면 좋을 듯 싶다. 이러한 몇 가지 사항을 주의했다면 훨씬 좋은 글이 될 것이다.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 자기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야 하고 출제자가 요구하는 대답이 무엇인가를 깊이 숙고하여 글을 써야 한다. 단순히 이해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은 설명문의 성격에 더 가깝지 남을 설득시키는 차원이 아닌 것이다. 글 속에서 자기의 의견을 잘 나타내기 위해서는 문장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는 점을 말하고 싶다. 좋은 글이란 부분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긴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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