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가)와 (나)에 나타난 가족관을 비교해 보고 건강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하시오.
※유의사항
① 영화나 독서 체험을 근거로 제시할 것
② 1200자(±100) 분량으로 쓸 것
③ 시간은 120분임.
(가)
장기려는 40년 넘게 남쪽에서 살아오는 동안 그의 홀아비(?) 신세를 면하게 해 줄 몇 차례의 청혼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마다 “아내가 북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기다림을 어찌 저버리겠습니까?” 하며 완곡하게 거절하곤 하였다. 그렇게 청혼을 거절하고 돌아온 날 밤에는 아내가 꿈속에서 웃었다.
그런 그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은 것인지 장 기려는 1988년 북한에 있는 그의 가족들이 모두 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국 전쟁 때 열일곱 나이에 징집되어 간 큰아들 택용은 약학 박사가 되어 국제 회의에 가끔씩 참석한다는 소식이었고, 큰딸 신용은 식품공학사, 성용은 핵물리학 박사, 인용은 이론 물리학 박사, 진용은 교사로 일한다고 하였다.
나중에 미국에 살고 있는 조카딸 장 혜원이 여기저기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의 팔십이 넘은 아내가 아직도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기려는 이 소식에 접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그가 이제껏 남쪽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면, 그 누군가가 북쪽의 가족들을 기려 대신 보살펴 주리라는 소망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음에 그는 한없이 감격하였던 것이다. - 이기환 편저, 『성산 장기려』 -
(나)
“죄송하고 잘못했습니다. 죽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수억 원의 보험금을 노려 아내와 세 아들을 살해한 장 모(36) 씨는 29일 범행 동기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범행은 한 집의 가장으로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치밀하고 잔인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보험금 수령과 상관없는 세 아들까지 숨지게 해 주위를 경악하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 씨는 지난 18일 오전 8시 20분께 자신의 집에서 잠에서 깬 아내 김모(34) 씨, 두 아들(10`8)에게 독약이 든 보리차를 마시게 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장 씨는 아침에 일어난 직후 가족들이 물을 마시는 점을 이용, 범행을 저질렀고 특히 막내아들(5)이 물을 마시지 않자 거실에서 목 졸라 살해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30분께 퇴근해서는 범행을 화재 사고로 위장하려고 불을 질렀다.
장 씨가 아내 사망 시 자신에게 6억 원의 보험금이 나오도록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과정도 치밀했다. 장 씨는 이달 4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부인 명의로 일반 사망 시 2억 원, 재해 사망 시 3억 원을 받는 보장성 생명보험 2개와 자신 명의로 일반 사망 1억 원, 재해 사망 2억 원을 받는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가 범행 동기에 대해 ‘돈이 필요해서 그랬다’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 진술을 안 하고 있다”며 “아무 죄 없는 처자식이 희생된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 ○○○ 신문 -
[논제분석·출제의도]
문제해결 능동적 사고 요구
실현 가능한 근본대안 제시
이 문제는 글(가)와 (나)에 제시된 가족관을 비교해 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건강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글(가)와 (나)에 드러나는 가족관은 극단적인 거리에 있어 취사선택(取捨選擇)이 명백한 편이다. 글 (가)에서 장기려 박사의 가족관은 가정이 행복의 근원임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는 바르고 아름다운 사례임을 누구나 인정하지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현실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보편적인 방안으로 제시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나)의 문제 상황은 분명 잘못된 상황이다. 특히 (나)에서 발견되는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여 발생한 상황으로 이 문제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단순히 문제를 진단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이런 문제가 야기된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글 (나)에서 가족은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단이요. 도구에 불과하다는 진단뿐만 아니라 돈이 사람보다 우선시 되는 자본주의의 폐단인 물질만능주의를 지적해 낼 수 있는 깊이 있는 사고와 사회적 안목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원인을 분석한 후, 다른 여건이나 조건과 연관지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발산적 사고가 요구된다. 이 사고를 바탕으로 건강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작품]박지은 대전 동방여중 3학년
건강한 가정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 박지은 대전 동방여중 3학년 |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가정의 불화로 인한 이혼율 급증, 홀로 사는 노인 인구 증가 등의 문제가 개인과 국가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과 국가문제의 씨앗이 되는 가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글(가)는 장기려 박사에 대한 일화이다. 장기려 박사의 삶은 우리에게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가족이 북한에 있지만 여러 번의 청혼도 거절한 채 독신으로 지내면서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장기려 박사는 가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만날 수 없는 가족 대신 이웃을 돌보며 희생하는 삶을 살았다. 장기려 박사에게서 가족은 이익과 손해를 따질 수 없는 서로를 위해주는 구성원이며, 행복의 근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글(나)는 (가)와는 반대의 내용이다. 글(나)에서 장 모씨는 가족을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였고, 가정은 가족을 살해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불태웠다. 장 모씨는 가족을 행복의 근원이 아닌, 단지 자신의 이기를 위해 보험금을 받아내는 하나의 도구로서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글 (나)와 같은 가정이 늘어날수록 개인과 국가는 병들어 가고 만다.
현대 사회가 생활이 어려웠던 과거 사회보다 가정 문제가 늘어난 원인은 급격한 도시화와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본다. 이것은 우리를 이기적이고, 자신들만의 이익에만 급급하도록 만들었다. 현대의 가정 문제를 나타내는 영화 ‘집으로’는 핵가족 중심인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도시화로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게 되고 가족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간 뒤 연락을 끊기 때문에 노인들은 외롭게 소외되어 살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책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는 돈 때문에 부모가 자식들을 버리고 떠나가서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돈을 벌기위해 공사장에 나가게 된다.
도시화와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과학의 혜택을 주고, 생활도 윤택하게 만들었지만 물질 만능사회를 만들었다. 그래서 돈이면 무엇이든지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어려운 가정은 더 어렵게 살아가야하는 상황에서 돈을 얻기 위해서는 가족들을 도구로 이용하는 끔찍한 행동까지 하고야 만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경제력 성장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홀로 사는 노인들과 경제적 능력이 어려운 가정들을 위한 복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경제 성장을 하더라도 가정이 병들면 국가도 무너지게 된다. 또한 우리는 행복의 근원인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 아끼며 사랑의 힘을 이웃에도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반드시 건강한 가정을 만들게 되고, 건강한 가정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서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심사평]정진희 대전 동방여중 교사
사회적 안목.사고 돋보여
부수적 문장 욕심 버려야
▲ 정진희 대전 동방여중 교사 |
본론에서는 가)나)의 제시문 이해를 통해 두 제시문에 나타난 가족관을 매우 예리하게 비교 분석해내고 있으며 <집으로> 영화 체험과 <괭이부리말 아이들> 독서 체험을 바탕으로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을 잘 살려내면서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끌어내고 있다. 결론에서는 능동적이고 발산적 사고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
특히 지은이 학생의 글에서는 가정 붕괴의 원인과 대책을 개인의 문제를 넘어 자본주의의 폐단 중에 하나인 물질만능주의 사회문제로 안목을 넓혀서 바라보는 태도가 매우 바람직하고 칭찬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문장의 표현이다. 세 번째 단락 마지막 문장인 ‘그리고 글 나)와 ~ 가고 만다’ 부분과 다섯 번째 단락에서 ‘어려운 가정은 더 어렵게 살아가야하는 상황에서’ 부분은 빼버리는 것이 훨씬 문맥의 흐름이 매끄럽고 명료하다.
문장력은 글쓰기를 많이 해 봄으로써 나아지게 된다. 논술 쓰기에서는 부수적인 문장을 자꾸 덧붙여서 자신의 생각을 좀더 잘 전달하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논거 제시가 분명하고 논리 정연하면서도 깔끔한 논술을 쓸 수 있다.
전반적으로 사회적 안목의 사고로 문제를 이끌어 내고 해결하는 태도가 돋보였으며 출제의도에 맞게 깊이 있는 사고력으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논술 쓰기 연습을 많이 해서 문장력을 기르면 더욱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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