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숙 충남 예술고 교사 |
나의 음악 활동을 아는 주변인들이나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주로 하는 질문이다.
남들이 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몇 가지 중 하나가 ‘악보작업`이다. 작곡을 전공한 음악교사, 관악기에 대해 남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는 작곡 전공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아직 없는 싱글 음악인.
조건이 이렇다보니 십여 년 전, 충남교사관악합주단이 창단된 이후 독창이나 독주에 대한 반주용 합주곡이나 연주용 합주곡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또 몇 몇 단체에 소속되면서 전속 편곡자라는 감투도 썼고, 의뢰받는 곡들에 대해서도 편곡작업을 해왔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악보들이 책장에 빼곡하여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다.
“왜 돈을 안 받고 하세요?” 하는 질문에 “돈을 내고 할 정도면 뭐 하러 내가 해줘? 프로 작곡가에게 의뢰하라고 하지.” 이것이 나의 편곡 철학이다. 음악성도, 연주 능력도, 준비된 악곡도 있는데, 반주용 편곡비가 없어서 곤란해 하는 학생들을 볼 때, 또, 악보비 조차 없는 영세 악단을 볼 때, 또, 시일은 촉박한데 주변에 부탁할 만한 프로의 손이 없을 때, 이런 때는 여지없이 나의 편곡 철학이 발동을 한다.
심한 경우는 하루나 이틀 사이에 마쳐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직껏 나에게 의뢰한 것이 펑크 난 적은 없었고, 덕분에 밤샘이 일상화 되어있었다. 힘들지 않느냐, 또, 속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는데 속상할게 뭐있어? 도와줄 수 있으니 내가 감사해야지. 오죽 답답하면 나한테 의뢰를 하겠어?” 하며 웃어준다.
내가 큰 어려움 없이 음악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튜바 레슨선생님은 내가 레슨비 문제로 난처해하는 것을 눈치 채시고 “레슨비 가져오려면 오지도 마.” 하는 다소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셨었다. 이렇게 배운 음악을 베푸는데 어찌 아까워할 수 있을까? 또, 나의 베풂을 받은 학생들도 나처럼 이렇게 베풀며 살 것이 아닌가?
엊그제는 연습을 하기 위해 함께 가던 한 남학생이 수줍은 듯 물었다. “선생님, 혹시 제가 협연할 때 반주악보 없으면 해주실 건가요?” 말해놓고도 미안한 듯, “아주 짧아요, 그리고 쉬워요.” 하고 덧붙인다. 난 일부러 정색을 하며, “흥! 너희 집은 부자잖아!” 하고 능청을 부리고는 속으로 답한다, ‘당연하지 임마. 언제든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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