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일 생명硏 바이오나노연구단 선임연구원 |
즉, 질병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질병이 어떻게 발생되었는지 원인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인을 알면 발병의 시작을 원천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년째 부동의 사망원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암의 경우 50년 이상 수 많은 과학자 및 의사들이 치열한 암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현재까지 승자는 암이다.
왜 이렇게 암을 정복하기가 어려운가? 그것은 암의 발생이 한 두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요인, 식생활 습관, 환경요인, 사회적 요인 등 수 많은 인자에 의해 지배되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암이라는 질병은 우리 몸 속에 있는 단백질들, 예를 들면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단백질, 세포분열을 조절하는 단백질, 없어져야 할 세포를 제거하는 단백질 등을 만드는 유전자가 망가진 결과 그 단백질들이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우리 몸이 특정 세포의 무한 증식을 그냥 가만히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벤츠`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생명체의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은 신약개발의 표적이 되며, 고장난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통해 디자인 및 생산된 단백질을 직접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어떤 특정 단백질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고 조립할 수 있도록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 유전공학적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유전자 및 단백질의 조작이 가능하며,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잔기의 치환, 삭제, 삽입 등 아미노산 서열의 재설계를 통해 단백질 고유의 3차원 입체구조 및 기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신기능 단백질을 개발할 수 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단백질들은 수 많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도록 선택된 자연진화의 산물이다. 자연 돌연변이는 십만 분의 일 ~ 백만 분의 일 확률로 일어나는 비방향성 DNA 돌연변이에 의해 유도되는 반면, 방향성 분자진화 기술은 지금까지 자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단백질을 탐색하거나, 기존의 단백질의 기능적 활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반응)을 이용하여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만들거나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기능이 없는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돌연변이를 유발시킴으로써 원하는 단백질을 찾는 기술이다.
단백질 디자인은 생체 분자의 아미노산 배열에 있어서 3차원 입체구조의 재배열을 통해 단백질 고유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기술이며, 이를 통해 생산된 기능성 단백질은 백신, 성장 호르몬, 인슐린 등 의약품 생산 분야에 직접적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정보 저장용 소자, 나노 전자칩, 나노와이어 센서 등 각종 전자소자에 적용할 수 있는데, 생체 분자와 전자소자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개념이 바로 `바이오 전자소자`이다.
결국, 단백질의 3차원 구조적 특성, 전자전달 능력, 광학적 특성 등 기능성이 부가된 새로운 단백질은 전자소자의 실용화를 위한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현재, 바이오 전자사업은 정부차원에서 2010년까지 성장의 주력산업으로 육성될 계획이며, 특히 BT, NT, IT가 융합되어 기술적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킬 미래의 핵심 분야이다.
따라서, 각종 나노바이오 센서 및 소자 개발에 있어서 BT 분야의 요소기술이 되는 생체 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바이오 전자소자는 고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가치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바이오 전자소자의 바이오 컨텐츠로서 기능성 단백질의 디자인 및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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