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직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인지 거부해야 하는 변화인지를 분간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며칠 전 금속노조의 핵심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정치파업을 강행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자동차노조가 이와 같이 정치파업에 돌입하고 있는 동안 미국 자동차업계 노사는 한국, 일본 등 경쟁국 업계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삭감을 골자로 한 비용감축 방안을 중심으로 금년도 임금 협상을 벌였다고 한다.
한미 FTA로 수혜를 입었다는 한국 자동차노조는 FTA를 반대하는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반해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경쟁력을 강화해 한미 FTA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변화를 수용하는 자세의 차이가 바로 선곂컨澎?간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비록 일부에서 파업까지 강행하며 한미 FTA를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한미 FTA라는 대세는 도도하게 흐르고 있으며 한미 양국은 워싱턴에서 지난 6월 30일 서명식을 거행했다. 물론 아직 양국 의회의 비준 절차가 남아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시일이 다소 지체되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비준을 거쳐 발효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다윈이 이야기한 적자생존의 원리는 간단하다. 이 세상에 살아남는 자는 몸집이 우람한 사람도 아니고 머리가 좋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다. 오로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우리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변하고 있는 경제 패러다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FTA이다. 세계 각국은 지금 FTA라는 신형무기로 무장하고 경제전쟁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앞세워 대리전쟁을 하였지만 이제는 FTA를 가지고 직접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FTA 체결국 간의 교역이 전세계 교역의 50%를 이미 넘어섰다. 즉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앞으로 그만큼 시장 확보가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급속한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리는 이미 칠레를 통해서 FTA에 대해 배웠다. FTA는 무역을 증가시켰다. FTA는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고 나아가 무역절차를 간소화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 교역이 전혀 일어나지 않던 품목까지도 교역 대상으로 등장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역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무역국이 전환되는 것도 보았다. 칠레와의 FTA 체결 전 우리나라 포도주 시장은 대부분 프랑스 와인이 차지하고 있었으나 이제 칠레산 수입이 늘어나고 프랑스산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칠레와의 FTA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즉 일본과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제체질 개선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성장잠재력의 저하, 고용 없는 성장 등 위기에 처한 우리의 경제상황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시스템을 바꾸어 줄 수 있는 선진경제와의 교류가 절실하게 필요하였고 그 대안이 바로 한미 FTA였다.
한미 FTA는 우리에게 닥쳐 온 새로운 변화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두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 FTA를 피한다고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한미 FT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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