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주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경제가 이처럼 회복신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의 경기회복을 수출기업, 대기업이 주도하면서 내수기업,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실정이며 이에 따라 양극화 문제는 해결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양극화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경기회복의 초기단계에 흔히 관측되는 현상으로 일부 주도부문에서 시작된 상승모멘텀이 여타 부문으로 확산되지 못함에 따라 나타나는 부문간 격차 문제이다. 이는 경기적 요인에 의한 양극화라 하겠는데, 앞으로 경기회복의 본격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외환위기 이후의 급속한 국내외 환경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경제주체와 그렇지 못한 경제주체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경제·사회적 양극화이다. 이는 구조적 요인에 의한 양극화라 하겠는데, 우리 경제의 취약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양극화는 장기적으로 빈부격차 확대, 부문간·지역간 불균형 심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극화 해소는 결코 늦출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투자를 통해 생산설비가 확충되면 이를 운용하기 위한 인력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고용이 확대된다. 고용증가는 가계수입 신장으로 이어져 소비가 촉진된다. 소비 확대는 다시 생산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새로운 인력수요가 생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경제의 선순환구조가 정착되고 부문간 불균형 문제가 해소됨으로써 양극화문제가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활성화는 고령화의 진전으로 장기적으로 가용노동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 같은 투자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안정을 중시하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투자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투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역할이다. 일찍이 경제학자 케인즈는 기업가의 야성적 본능(animal spirit)을 기업 활동의 원동력으로 파악한 바 있다. 지금이야 말로 기업들이 위험을 감내하면서 미래에 도전하는 야성을 발휘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위험이 높을수록 수익도 커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와 함께 기업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 기업의 투자는 이윤 추구에 주된 목적이 있기 때문에 투자에 따른 비용과 기대수익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하는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는 한편,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경제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융기관도 개별기업에 대한 위험평가 기법을 개선하여 미래성장성이 있는 유망기업을 적극 발굴·지원하여 이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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