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중호 버드내중 교장 |
미국 어느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평균 2만5000마디의 말을 하며, 1년 동안 사용하는 말의 양은 400페이지의 책 100권 이상을 채울 분량”이라 한다. 이렇게 많은 말 중에는 진실된 말도 있겠지만, 해서는 안 될 말, 공연히 한 말, 실속이 없는 말들이 있다.
별 생각없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말을 상대방이 믿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무책임한 말을 하는 것이다.
신용(信用)이란 말의 뜻은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음’이라 되어 있다. 여기서 ‘신(信)’이란 ‘사람(人)이 하는 말(言)’이란 뜻이다. 사람의 말에 믿음이 없다면 결국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약속을 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지키지 못할 사정이 있다면 미리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물론 피치 못할 이유도 있겠지만,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고 있는 상대방의 처지도 생각해 줘야만 한다.
사전에 연락도 없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볼 때면 거짓말을 잘해 손해를 보는 ‘양치기 소년’의 우화나, 안창호 선생의 일화가 생각난다.
안창호선생이 중국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 우리 교포의 아들에게 소년단 기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약속한 날이 윤봉길 의사가 홍코우(虹口)공원에서 폭탄을 던진 후라서, 거리엔 삼엄한 비상경계령이 선포되어 있었다.
이에 동지들이 선생께 나라의 큰일을 위해 어린이와의 작은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간곡히 만류했지만, “내가 어린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아이가 어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할 것이 두려워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교포의 집으로 가다가, 결국 일본 헌병들한테 체포되고 말았다. 선생은 자신이 체포될 것을 알면서도 약속의 소중함을 어린이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만나러 갔다는 이야기이다.
생활을 하면서 상대방의 말이 거짓인줄 알면서도 믿고 따르는 이유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의 말을 믿고 따라주면 다음에는 빈말을 하지 않겠지’하는 마음에서 였다. 하지만 그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끝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지금까지 그 사람을 신뢰했던 마음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고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한다.
살다보면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 차라리 자신의 신용을 위해서라도 침묵을 지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