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비틀고 뒤집는다
‘뜨거운 녀석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 그 흔한 꽃미남 배우도 없고, 스타 배우도 없고 현란한 컴퓨터그래픽도 없다. 하지만 한 판 놀아보자는 유희정신을 바탕에 깔고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잡다한 지식과 취향을 재기발랄하게 뒤집고 거침없이 비틀어 폭발적인 웃음을 끌어내는 이 영화에 눈을 떼기란 너무 힘들다.
영국 런던 경찰 니콜라스 엔젤(사이먼 페그)은 런던에서 가장 잘 나가는 형사. 뛰어난 능력이 너무 튀는 바람에 시골 마을인 샌퍼드로 좌천된다. 범죄율 0%를 자랑하는 모범마을에서 그를 기다리는 건 그와 정반대 성격을 가진 대니 버터먼(닉 프로스트).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항상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다니는 그다.
‘뜨거운 녀석들`은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영화를 유쾌하게 인용하고 경쾌하게 패러디하며, 또 그들에게 경의를 바친다. 자칭 ‘뜨겁다`는 두 경찰의 황당하고 ‘귀여운 삽질`을 유쾌 통쾌 상쾌하게 펼쳐 놓는다.
천상 경찰인 엔젤의 예민한 레이더에 마을의 석연찮은 비밀들이 감지되고, 평화롭던 마을 샌퍼드는 할리우드 액션 뺨치는 피의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영화가 본색을 드러내는 것도 이때부터다. 제목에서 이미 감지했겠지만 ‘나쁜 녀석들2`와 파트너인 버터먼이 찬양해 마지않는 ‘폭풍 속으로`뿐 아니라 ‘다이하드`와 ‘리쎌웨폰` 시리즈,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저수지의 개들`과 ‘첩혈쌍웅`의 장면들이 뒤집히고 비틀려 화면에 재연된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심지어 자신의 영화 ‘숀 오브 데드: 새벽의 황당한 저주`까지 끌어와 비튼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놀드 슈워제네거, 척 노리스, 스티븐 시걸 등이 어느 영화에선가 보여줬던 대사와 동작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것도 이때다.
장면들은 노골적이고 뻔뻔스러우며 진지함이나 심각함 따위는 탈탈 털어버린 채 보여지는 탓에 유쾌한 웃음 말고는 화답할 길이 없다.
4대 제임스 본드였던 티모시 달튼의 망가지는 연기, 케이트 블렌쳇,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감독 등 카메오들도 볼거리다. 다른 영화들에게서 끌어오되 이를 유쾌하게 복원해내 폭발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솜씨,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이름은 기억해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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