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간 쏟아내는 불쾌함, 무섭진 않다
유괴살인범 손아귀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자의 사투를 그린 이 공포스릴러물은 제목까지 바꾸는 공력에도 불구하고 무섭지 않다.
최고의 주가를 누리는 톱모델 제니퍼(엘리사 쿠스버트)는 밀폐된 방에서 눈을 뜬다. 방에는 4개의 사물함이 있고 하루에 한 개씩 열쇠가 배달된다.
영화는 침대에 사지가 묶인 채 서서히 피를 뽑히는 희생자, 죽어가는 희생자를 망치로 내려치는 범인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얼굴에 염산 붓기, 오장육부를 믹서로 갈아 주스 만들기, 귀여운 강아지 쏴 죽이기 등 불쾌하고 수위 높은 다양한 아이디어들로 90분을 쉼 없이 채워나간다.
어떻게 하면 한 인간을 괴롭힘으로써 관객들을 괴롭게 만들까 궁리하는 영화 같다. 감독이 범한 치명적 실수는 잔인함을 공포로 생각한다는 것. 스크린에는 핏자국이 낭자하지만 불쾌하고 짜증스러울 뿐 무섭진 않다.
더욱 불쾌한 건 감독이 롤랑 조페라는 사실. ‘킬링필드` ‘미션` ‘시티 오브 조이`로 이뤄진 휴먼 3부작을 만든 감독 아닌가. 그가 만든 영화의 수준이 요것이라니. 궁금하고 묻고 싶다. “이 영화, 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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