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 사이코패스 선악 이분법에 발목
이내 시선을 돌린 아이의 아빠는 어색한 걸음으로 아이에게 다가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남자의 눈은 음울한 벽지로 꾸며진 실내에 머문다. 기괴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 검은 집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검은집`은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인정받는 황정민의 첫 번째 공포 스릴러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황정민은 인간성을 믿는 순수한 보험사사정조사원으로 분해 검은 집과 누군가를 죽일 때조차 아무런 감정변화가 없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대결한다.
결과는 실망스럽다. 황정민은 ‘나, 휴머니스트`임을 지루하게 반복하다가 그 멋진 표정연기 한번 보여주지 못한다.
‘검은집`은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동명소설을 충실히 따라간다. 꽤 공들여 작업한 흔적도 역력하다. 검푸르고 짙은 녹색으로 서늘한 공포를 불러내는 그로테스크한 검은 집이 그렇다. 특히 후반부 집 지하 공간에서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그러나 ‘인간 대 사이코패스`라는 단순한 선악이분법이 발목을 잡는다. 사이코패스 곧 악한이라는 개념은 공허하고 그걸 누누이 강조하려 드는 끔찍한 장면들은 짜증스럽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걸 보여주려면 사이코패스가 오히려 더 인간다워야 하는 건 아닐까.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한 순간에 지독한 악당으로 확 변할 때 더 무섭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다. 더 나아갈 수 있었는데 그저 그런 수준의 영화로 머문 게 그래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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