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절 꺾는 사다코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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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절 꺾는 사다코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검은집 (감독:신태라 출연:황정민, 유선, 강신일)

  • 승인 2007-06-22 00:00
  • 신문게재 2007-06-23 9면
  • 안순택 편집위원안순택 편집위원
충무로의 블루칩 황정민의 첫 공포영화
인간 대 사이코패스 선악 이분법에 발목


한 남자가 숨을 헐떡거린다. 그는 방금 자살한 일곱 살 아이의 시체 앞에 서있다. 고개를 돌려 아이 아빠의 표정을 본 남자는 두려움에 떤다. 놀란 기색도 없이 오히려 남자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이내 시선을 돌린 아이의 아빠는 어색한 걸음으로 아이에게 다가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남자의 눈은 음울한 벽지로 꾸며진 실내에 머문다. 기괴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 검은 집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검은집`은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인정받는 황정민의 첫 번째 공포 스릴러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황정민은 인간성을 믿는 순수한 보험사사정조사원으로 분해 검은 집과 누군가를 죽일 때조차 아무런 감정변화가 없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대결한다.
결과는 실망스럽다. 황정민은 ‘나, 휴머니스트`임을 지루하게 반복하다가 그 멋진 표정연기 한번 보여주지 못한다.

‘검은집`은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동명소설을 충실히 따라간다. 꽤 공들여 작업한 흔적도 역력하다. 검푸르고 짙은 녹색으로 서늘한 공포를 불러내는 그로테스크한 검은 집이 그렇다. 특히 후반부 집 지하 공간에서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그러나 ‘인간 대 사이코패스`라는 단순한 선악이분법이 발목을 잡는다. 사이코패스 곧 악한이라는 개념은 공허하고 그걸 누누이 강조하려 드는 끔찍한 장면들은 짜증스럽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걸 보여주려면 사이코패스가 오히려 더 인간다워야 하는 건 아닐까.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한 순간에 지독한 악당으로 확 변할 때 더 무섭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다. 더 나아갈 수 있었는데 그저 그런 수준의 영화로 머문 게 그래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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