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대한민국 모순(矛盾)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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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대한민국 모순(矛盾) 설화

한때 미국에서는 치킨 게임이 유행했다. 갱들끼리 자동차로 마주보고 전력 질주해서 핸들이 먼저 꺾으면 치킨(‘겁쟁이`의 속어)이 되는 극단의 미치광이 게임이었다.

  • 승인 2007-06-20 00:00
  • 신문게재 2007-06-21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모순 설화를 알아야 한국 현실이 보인다더니 그 모순어법은 연이어 드러났고 지금 다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가 선거법에 관련된 선관위의 경고에 형식으로는 존중한다면서 내용에서는 불만을 표명한 것도 그것이다.

한비자 난일(難一) 난세편(難世篇)의 상인은 그 창이 어떤 방패도 뚫는 방패라고, 그 방패는 어떤 창도 능히 막을 창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최강의 창으로 최강의 방패를 찌르면 어찌 되는가. 법의 수호자가 법을 답답히 여기면 어쩌는가. 지도자는 그 자리에 명패만 놓고 앉아도 IQ 20은 먹고 들어간다는데, 그 근사하고 멋진 자리에서 왜 모순어법을 남발하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이 더 답답하다.

상인의 논리로는 창을 팔려고 하면서 방패에 대해 그 무엇도 말하지 않았다면 모순 아닐 수도 있다. 대통령의 말대로 “할말 한다고 국정이 결코 소홀해지지 않을 것”이지만 문제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는 거였다. 후보 시절에는 상인의 논법이 그럭저럭 통했고 대중적 인기의 동인이 됐다. 그러나 국정 최고 지도자인 동안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번 사안에서도, 대통령이 선거자금 모금까지 하는 미국식 정치문화에 가려면 아직 덜 무르익었음을 시범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법이란 물론 무결점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규범은 아니다. 선관위 결정이 대통령 입을 봉하라는 소리가 아님은 청와대가 더 잘 안다. “나라의 왕이어야 할 대통령이 선관위 경고장을 받는다”고 측근이 흥분하지만 임금이나 대통령이나 정치의 근본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래서 부르터스도 시저나 시저의 마누라는 일체의 의혹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대전에서 언급한 ‘5반칙 퇴장론`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비이성적인 것들에 이성이 좌우된 안 좋은 추억, 엇나가는 창과 방패를 진실로 착각한 자상모순(自相矛盾) 같은 체험도 겪었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뼈 묻을 언덕에 대해 함구할 필요가 있을 만큼.

모순이 왜 모순인가. 한비자 속 상인이 최강의 방패, 최강의 창을 팔려 했을 때는 그래도 시간차가 존재했다. 대통령이 그러리 말리 선관위에 일일이 물어 말하고 선관위는 그때마다 답해준다면 이건 웃기 위한 소극(笑劇)이다. 방패와 창을 동시에 팔려 했을 때처럼 시차(時差) 제로(0)이면 모순의 본질에 부합한다. 공감과 공유를 못 얻는 치킨게임, 모순어법은 가치로 못 살아남는다. 모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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