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취지로 정부는 1980년대 초반에 과학고를 설립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국가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설립된 과학고를 최초의 영재교육기관으로 본다면 영재교육을 정규 중등학교에서 시작한 지는 20여년 밖에 안 된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의 영재교육을 통하여 이룩한 질적· 양적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전국 각 지자체에 설립되어 20여개로 늘어난 과학고에서는 해마다 1600여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그 졸업생 대부분은 이공계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세계적 성공 사례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근래에는 과학고 이외에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차원의 영재교육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초중학생의 영재교육을 담당하는 영재교육원이 개설된 지는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으나 현재는 각 대학, 시도 교육청 및 각급 학교에서 경쟁적으로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에는 우리 국민의 과열된 교육열에 기인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면이 있기도 하나 영재교육의 혜택을 받는 학생수가 그 만큼 많아진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은 현실이다.
그럼 이처럼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영재교육의 대상인 영재는 과연 누구일까?
영재교육진흥법에 ‘영재’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으면 타고난 뛰어난 재능이 묻혀서 범재로 지낼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보통의 교육으로 만족스럽게 그 잠재능력을 계발하지 못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사실 현장에서의 경험에 의하면 그다지 많지 않다.
보통의 정규 학교 교육만으로도 웬만한 잠재능력은 계발하는데 부족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는 여러 분야의 경험을 두루 시켜주는 보통의 학교 교육이 오히려 좋을 수 있다. 왜냐하면 어느 한 분야에만 집중하다가 다른 더 뛰어난 분야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계발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검증되지도 않은 특정 분야의 영재교육을 섣불리 시키는 것은 오히려 정상적인 재능계발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올바른 영재교육은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 발전을 위해서 정말로 투자할 가치가 있겠으나 공연히 영재교육 붐을 타고 어린나이부터 특정 분야의 영재교육에 집착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대저 본질에 충실한 학교 교육이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영재 교육의 주춧돌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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