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오 대전시약사회장 |
오는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20개 성분의 34개 품목으로 제한적으로 실시된다. 성분명 처방 대상이 되는 약은 소화기관용약(시메티딘 등 7종 10개 품목), 해열진통소염제(아세트아미노펜 등 7종 14개 품목), 순환계용약(은행엽엑스 등 2종 4개 품목), 항히스타민제(세트리진 등 2종 2개 품목), 간장질환용제(실리마린 등 2종 4개 품목) 등이다.
환자들이 처방전을 받아 병의원 근처약국에서 조제할 경우에 불편을 겪지 않지만 단골로 가는 동네 약국에 처방전을 가지고 가면 약이 준비 되어있지 않아서 곤란을 겪은 경험들을 많이 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약사의 입장에서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처방된 약품과 동일한 성분을 가지고 있고 생동성 시험이라는 약효가 동등하다는 것을 국가로부터 공인받은 약품이 조제실에 비치되어 있어도 곧바로 조제에 들어 갈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 환자에게 동의을 구하고 동일성분조제에 대해 의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사후통보가 원칙이지만 대부분 처방전에 팩스 전화번호가 없거나 전화로 병원에 연결되어도 의사와 전화통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재 상품명 처방으로 이루어지는 처방전 발행은 의사들의 잦은 처방약 변경으로 인해 약국에 엄청난 재고약품을 만들고 있다. 처방약이 바뀌면 기존에 같은 의사가 처방하던 동일 성분의약품이 있어도 처방전에 기재된 약품이 아니면 동일성분조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와 약사는 귀중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성분명 처방이 되면 약국에서는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의 경제적 상황과 기타 제반사항을 고려해 동일 효능이 입증된 동일 성분의 다른 제약회사의 약품으로 동일 성분 조제를 할 수 있게 되어 환자의 시간 절약은 물론 의보재정의 안정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동일성분조제에 대한 처벌은 약사들에게 많은 부담을 갖게한다.
현재 동일성분조제 사후통보제 에 대한 규정을 보면 사후 통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동시에 사안과 위반 차수에 따라 업무정지(7일, 15일, 1개월) 또는 자격정지(15일, 1개월)를 받거나 약사면허 취소 처분을 받게 되어 있다. 이 조항 탓에 약사들은 매번 동일성분조제를 할 때마다 의사에게 통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느껴야하고, 결국은 병원과의 관계 등의 이유로 동일성분 조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많은 실정이다.
성분명 처방 도입 시 수반되는 장점은 먼저 약제비 절감이다. 의사들이 같은 성분에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더 싼 약을 놔두고 비싼 오리지널약 처방을 남발해 보험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총진료비 중 약제비 비율은 29.4%로 OECD 평균인 15.4%보다 월등히 높고 약제비도 2002년 4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약제비 절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성분명처방이 시행되면 의사들의 경제적 동기 상실로 의약품 처방품목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약국 불용재고약도 경제적 손실이다. 이는 약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불용재고약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분명 처방은 의약간의 갈등의 시작이 아니라 국민의 편익과 보험재정 안정이라는 기본 원칙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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