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과학, 인류의 요술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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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과학, 인류의 요술지팡이

  • 승인 2007-06-18 00:00
  • 신문게재 2007-06-19 21면
  • 최선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이용연구센터장최선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이용연구센터장
▲ 최선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이용연구센터장
▲ 최선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이용연구센터장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이다. 나의 여름나기에 있어 모기는 작열하는 태양 다음으로 버거운 존재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여름 밤이면 군대의 화생방 훈련을 방불케 하는 연막작전이 펼쳐진다. 스프레이, 모기향, 전기매트까지 죄다 동원하고 나서야 모기와 한판 전쟁준비가 끝난다. 만반의 준비가 끝나고 ‘가스실’에 누워있다 보면 “이 연기 속에서 나는 무사할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똑같은 생명체인데 한 생명체는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하고 다른 하나는 편안한 잠을 누리게 되는 차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그 힘은 무엇일까? 그 힘을 나는 과학의 힘이라 생각한다. 죽는 것과 사는 것을 구별하게 하는 힘, 그 힘보다 인간에게 부여된 강력한 능력이 어디 또 있겠는가?

독을 약으로 만들어 우리를 이롭게 하는, 요술 지팡이 같은 과학의 힘은 여러 가지 형태로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자외선은 피부암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골다공증을 막아주는 비타민D를 피부에서 생성하게 한다. 예전에는 독성 물질로 알려져 왔던 셀레늄은 이제 비타민제에 반드시 첨가되어 있다. 지나치지 않은 적당한 양의 알코올은 지방을 분해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원자력을 의료적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하는 내가 다루는 ‘요술지팡이’는 방사성동위원소다. 아직도 방사성동위원소하면 핵폭탄을 떠올리고 백혈병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방사성동위원소는 우리들 곁에 가까이 다가와있다.

요즘 종합병원에는 질병의 조기 진단을 위해 PET를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PET는 바로 암세포에 집적될 방사성동위원소를 찾아내는 기계다. 또 요즘 급증하고 있는 갑상선 암은 오로지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131로만 치료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두려운 존재이던 방사성동위원소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해 내고 치료해 내는 수단이 되어 우리 곁에 있다.

인지하고 있다는 것과 이해하는 것의 차이는 사뭇 크다. 우리 삶의 태도도 ‘아하’하고 이해하는 순간 의심과 부정에서 긍정으로 변하게 된다. 과학은 우리 인간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우리를 이롭게 하는 능력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과학이 가져다 주는 이로움은 짧은 시간에 그냥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기대할 줄 알아야 한다. 그 기다림의 끝은 인류에게 유익함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과 투자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연구의 결과가 실패로 남더라도 뒤에서 따라오는 이들에게 똑같이 그 길을 가지 말도록 경계하는 소중한 배움으로 남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과학을 이해하려고 하는 우리의 관심은 참으로 중요하다. 요즈음 과학자들은 서울역과 대전역 등지에서 과학의 원리를 들어 현상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여는 등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이 다가가려 할 때 거부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마음을 열어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내가 여름 밤잠을 설치지 않고 가스실에서 살아남지만 또 다른 생명체는 사라지게 하는 힘, 삶과 죽음을 차별하여 선별할 수 있는 힘, 이것이 바로 과학의 힘이다. 과학과 친구가 돼서 좀 더 그 친구를 이해하도록 하여야 하겠다. 이미 우리의 생활에 가까이에 와 있는 요술지팡이의 힘을 인정하고 조금 더 이해하려고 애써야 하겠다. 그래서 우리 그리고 우리들의 아들들 그 아들들에게 유익한 이 요술지팡이를 제대로 물려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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