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카지노서 펼치는 두뇌게임
‘오션스12’보단 낫고 첫편보단 못해
플롯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거울삼아 ‘오션스 13`은 ‘오션스 11`의 초심으로 돌아간다. 라스베가스를 무대로 ‘오션스 12`에서 소홀했던 오션 일당의 범행과정을 담는데 집중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줄리아 로버츠와 캐서린 제타 존스 같은 여성 스타를 빼고 그 대신 거물 알 파치노를 투입해 ‘스팅`과 ‘대부`를 합쳐놓은 듯한 철저한 남성드라마로 끌고 간다는 점. 결과는 ‘오션스 11`보단 못해도 ‘오션스 12`보단 낫다.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이 이끄는 전문사기단 11명 중 최고령 멤버 루벤(엘리엇 굴드)이 사기를 당해 폐인이 된다. 분노한 멤버들은 복수를 위해 다시 뭉친다. 복수의 대상은 짓는 호텔마다 다이아몬드 5등급을 받는 호텔 전문경영인 윌리 뱅크(알 파치노). 앙숙이었던 테리(앤디 가르시아)까지 자금줄로 끌어들인 오션 일당은 윌리를 망쳐놓기 위한 작전에 착수한다.
조지 클루니의 공언대로라면 ‘오션스 13`은 시리즈 완결편이 된다. 마무리를 확실하게 짓겠다는 뜻인지 오션 일당에겐 무려 세 가지 임무가 주어진다. 윌리가 새로 짓는 초호화 카지노호텔의 개장에 맞춰 단 하룻밤 사이 도박장을 흔들어 5억 달러의 손해를 입히는 것. 호텔이 다이아몬드 5등급을 받지 못하도록 해 명성에 먹칠하는 것. 여기에 윌리가 부인에게 선물한 다이아몬드를 훔쳐 오라는 테리의 요구가 옵션으로 따라 붙는다.
오션 일당의 사기극이 성공하리라는 건 모두들 안다. 따라서 최대한 감각적이고 화려한 사기극을 꾸며내고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그럴 듯하게 보여주느냐가 관건. 비현실적으로 치밀한 사기극은 개장 날 몰려든 군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며 적지 않은 쾌감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새나가는 헐거운 서스펜스는 스타들의 넉살 좋은 연기와 톡톡 쏘는 대사로 채워진다. 알 파치노는 오션스 일당에게 한방 먹지만 흥분한다거나 패배감에 고개 숙이지 않는다. 태연함. 유머와 여유, 그것이야말로 오션스 시리즈가 스타의 쿨한 이미지를 끌어와 관객에게 선사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게다가 감독의 터치도 가볍고 배우들도 열연하지 않는 것 같은데, ‘슬슬`하는데도 ‘척척`맞아 돌아가는, 가벼우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도 매력적이다.
소더버그 감독은 장르영화에 관한한 장인의 경지에 오른 듯하다. 장면의 구성을 짧게 해 캐릭터 각각의 개성을 살려내고 분할화면 등 빠르고 리듬감 넘치는 장면전환은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삼두마차가 서로 경쟁하듯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 주며 무르익은 연기로 호흡을 잘 맞췄다는 점에서 3편의 연작 중 여성 관객의 마음을 가장 깊게 사로잡을 듯하다. 말끝마다 삼성의 명품 핸드폰을 찾는 윌리의 모습에서 국내 기업의 위상을 확인하는 것도 한 가지 재미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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