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단]세계화된 세계에서 산다는 것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금요논단]세계화된 세계에서 산다는 것

  • 승인 2007-06-14 00:00
  • 신문게재 2007-06-15 20면
  • 민찬 대전대 교수민찬 대전대 교수
학과 학생들과 일본을 다녀왔다. 오사카, 나라, 교토, 고베 등을 들러보는 일정이었는데, 작년과 재작년 중국을 갔다가 올해는 일본으로 가게 되어서 그런지 해외연수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가 대단했다. 숙소와 행선지를 비롯하여 세부 일정이 정해지기가 무섭게 현지의 실전에 대비하기 위해 열심이었다.

둘째 날 하루를 온전히 자유일정으로 마련한 것이 좋기도 하면서 걱정도 되는 모양이었다. 숙소의 위치를 확인하고 가까운 지하철역, 백화점, 아케이드, 박물관, 대학교, 심지어 점심과 저녁식사를 할 음식점까지 정해 놓고 있었다. 인터넷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학생은 인터넷 카페를 들어가서 그쪽 친구들로부터 옷가게도 여럿 소개를 받았다고 자랑이었다. 짐작한 바대로 젊은이들의 취향은 중국보다는 월등히 일본 쪽이었다.

해외연수 겸 여행지로 일본을 정한 데에는 올해가 조선통신사 파견 400주년이라는 점도 작용을 했다.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뱃길로 왕복을 한 것도, 그리고 김인겸의 ‘일동장유가`를 수업시간에 다룬 것도 그 때문이었다. 1763년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1개월이 걸린 조선통신사 사절단에는 삼방서기 김인겸이 들어 있었다.

서울에서 육로로 부산, 부산에서 해로로 대마도, 이키섬, 세토 내해, 오사카, 다시 육로로 오사카에서 에도까지 왕복 6,600여 리를 다녀온 그는 일본에서 견문한 것들을 모아 총 7,000행이 넘는 방대한 장편가사를 만들어냈다. 관찰력과 기억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연수를 준비하면서 나는 이런 말로 학생들과 약속을 했다. “그 옛날 조선통신사의 관찰력과 기억력을 견지할 것, 그리고 내가 일본에 진출한다면 어디? 무엇?…이라는 물음을 한시도 놓치지 말 것.”

돌아오는 날 저녁, 승선 수속을 마친 학생들에게 이번 연수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한 편씩 글로 쓰게 하였다. 그리고 그날 밤 늦게까지 객실에서 평가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오갔던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해본다.

일본 남학생들의 옷차림이 독특하다는 것. 신사이바시에서 본 젊은 남자애들 중 열이면 아홉이 줄줄 흘러내리는 청바지를 입고 다녔다. 아마 조만간 현해탄을 건너 서울에서부터 유행이 시작되지 않을까 짐작 가능하다는 의견들이었다. 그런데 그 청바지 뒷주머니에는 예외 없이 긴 장지갑이 꽂혀 있었고 그것들이 대개는 루이뷔통, 프라다, 혹은 펜디 같은 명품들이었다는 것이다.

타코야키의 품질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 타코야키의 본고장답게 오사카에는 가는 곳마다 가게들이 있었다. 그런데 도톰보리의 다코야키가 오사카성의 타코야키보다 먹기가 수월하고 맛이 더 좋았다고 한다. 그 맛은 문어 조각과 가쓰오 부시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느냐 하는 데 따라 결정이 되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기가 좋아야 한다는 점, 즉 속이 뜨거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동티켓판매기 한 대가 두 사람 몫을 하고 있다는 것. 열댓 개 식탁이 가득한데 일하는 사람은 주방에 두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이쪽저쪽 입구에 각각 하나씩 두 대의 자판기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손님이 자판기에 돈을 넣고 티켓을 끊어 주방에 갖다 주는데, 돈을 넣는 것은 계산하는 것이고, 티켓을 주는 것은 주문하는 것이었다. 라면집에서 자판기 한 대로 주문과 계산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일본이 자판기의 천국이라는 점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다 듣고 나도 한 마디를 덧붙였다. 창업도 취업이고 해외진출도 취업인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 조선통신사 사절이 1764년 처음으로 고구마를 들여왔다는 것. 그때 그 김인겸이 여기 공주 출신이고 ‘일동장유가` 노래비가 지금 공주 금강 변에 세워져 있다는 것.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2.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3.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4.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5.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큰 기도회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