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해 명약이 되는 쓴소리는 없었다. 때로는 이런 무색무취, 무해무득한 담론은 마치 “카네기홀에 어떻게 가느냐”고 길을 물었는데 “열심히 연습하면 가게 된다”는 식의 썰렁한 대답을 얻을 수가 있다. 가짜약을 믿으면 진짜약과 똑같은 부작용도 따른다는 점은 미리 알고 조심해야 한다.
스스로 쓴소리로 약을 삼겠다는 포즈는 좋다. 민심에 역주행하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야 할 선관위와 언론과 국민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퍼붓는 역발상의 나라에선 더구나 나무랄 데 없는 제스처다. 이곳저곳 아프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아이에게 손가락이 아픈 건 아니냐고 묻는 것도 역발상이다.
쓴소리 토론회도 일종의 역발상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감각의 순응에 애쓰고자 했다면 우호적인 인사들을 초청한 것이 다소 실수였다. 디트뉴스는 그나마 쓴소리 토론회의 체면치레를 해준 인사로 전 노사모 대전 대표를 꼽았다. 국민중심당이 심하게 ‘업(up)` 되어 있다, 맨땅 헤딩보다 혁신이 어렵다, 찍어줄 이유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라, 이런 말들도 사실은 원론적이다.
듣고 싶은 쓴소리가 뭔지 모르지만 권 위원이 언급한 가감 없는 “노컷 민심”에는 미달이다. 공짜가 보약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친구의 잔소리는 신의 목소리라 했거늘 이렇다할 약이 되는 지청구도 없었다. 친밀한 교류에 지장 없는 담소 수준이라면 쓴소리 아닌 단소리가 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약으로 삼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당과 당내 혁신특위위원장인 권 의원의 자유지만 말하겠다. 녹색 깃발 펄럭이며 절대지지를 받았다는 옛 향수를 깨끗이 비워낸 자리에 미래의 지평은 열린다. 당이 당을 믿을 때, 국민도 믿고 따른다. 내 입맛에 맞는 반찬에만 젓가락이 간다면 한순간 외면당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를 몰고 우주 밖으로 실종된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민심도 보이지 않는다. 잘 모르겠으면 남자생활백서의 금기사항을 응용해보길 권한다. 지역민심에 너무 노골적으로 ‘대시`하지 말 것, 약간 덜 섹시해야 더 섹시하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해본 필자의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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