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만 10만장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 했을 일”
가장 친절히 맞아주던 중도일보 아직도 못잊어
최근 `한국신문 한 세기-현대편`을 출간한 한원영 박사(81)는 "책을 통해 신문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개화기편과 2004년 근대편에 이어 최근 현대편을 출간, `한국신문 한 세기`를 완간했다. 국내 신문의 역사를 조명하는 장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집필을 시작한 지 꼬박 10년만의 일이다.
출간까지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때로는 문전박대까지 당해가며 전국을 돌아 다니며, 모은 자료만 수백 권, 손수 작성한 원고지 분량만도 10만 장에 이른다. 현대편 한 권의 분량은 1248면. 결국 만만치 않은 작업에 대한 그의 욕심과 노력이 그대로 녹아있다.
그는 스스로 "(이 일에)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 했을 일"이라고 말한다.
한 박사는 사실 언론학자가 아닌 국문학자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국어 교사로 재직했으며, 청주전문대와 주성대 학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국문학자인 그가 근현대를 아우르는 국내 신문의 역사를 책으로 출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 박사는 "처음에 연재 소설 연구를 위해 신문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며 "막상 모아놓고 보니 그 막대한 자료가 아까워 신문의 역사를 써보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한민국 신문사를 "형극의 역사"라는 말로 설명한다. 그는 "우리 신문은 일제 때는 물론 해방 이후에도 자유당 독재와 군사정권을 거치며 가시밭길을 걸어왔다"며 "항상 중립에 서긴 어려웠지만 사회정의를 위해 필봉을 갈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된 현대편은 해방 이후 신문의 역사를 담고 있다. 군사정권 하의 언론통폐합 과정을 비롯한 우리 현대사의 굴곡 속에 신문이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는 이어 "시대가 변하고, 언론 환경이 변해도 신문은 사회정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변해서는 안 되는 진리가 있다"며 "특히 지역 신문은 지역민의 입이 돼야 하고, 중앙 신문들이 할 수 없는 지역 신문만의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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