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장학금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학생 한 명 선정해 주세요.”
좋은 뜻으로 마련한 바자회의 이익금으로 장학금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늘 말씀하셨고, 어려운 아이의 우유 값도 대신 내주신 터에 또 이런 말씀을 들으니 너무나 감사했다.
어떤 아이에게 장학금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형편이 어려운 아이 중에서 가장 성실한 아이를 추천했다. 교장실에서 간단하게 전달식을 갖고 도움을 주신 학부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보며 큰돈은 아닐지라도 아이의 가정에 작은 희망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세상이 살기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건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나에게도 세상은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알려주신 분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어를 가르치신 이덕관 선생님(現 논산고등학교 교사)이다.
선생님은 변변한 여행 한 번 다니지 못하는 작은 시골 학교 아이들을 위해 청소년단체인 ‘한별단` 지도교사 활동을 하시며 우리들에게 체험활동의 기회를 주시곤 했다. 쉬고 싶은 주말을 반납하고 말이다.
또, 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으로 학비를 대신하고, 학원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인 나에게 선생님은 교과서를 외고, 문제집을 풀도록 다그쳐주셨다. 툭하면 울고, 야간자율학습도 안하고 사라져 버리는 나를 선생님은 오랫동안 지켜보셨다. 따끔한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인마, 세상을 보는 눈이 그렇게 좁아서 어떻게 살아? 네 맘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아? 노력 안하면 하나도 없어.”
선생님의 훈계에 전근을 가신 후 더 열심히 공부를 했다. 교육대학교에 입학을 한 것도 선생님 덕분이다. 교육대학이라는 것이 있는 지도 모르는 나에게 전근을 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원서를 써갖고 오셨으니……, 내 인생에 이덕관 선생님이 없었다면 지금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듯이 나도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정말 행복했다고 느끼도록 해야 할 텐데…….`
교단에 서서야 비로소 선생님의 고마움을 깨닫고, 문득문득 선생님을 떠올린다. 하지만 일 년에 전화 한두 통이 고작이고, 잠깐 찾아 뵌지 어느새 2년이나 지났나 보다. 선생님은 내가 어디서 몇 학년 몇 반을 가르치는지까지 다 알고 계시는데…….
“선생님, 남학생들은 잘 찾아오는데, 여학생들은 필요 없다고 또 그러시겠네요. 이번 방학엔 꼭 찾아뵐게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