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일본에 우뚝선 윤봉길의사 순국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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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일본에 우뚝선 윤봉길의사 순국기념비

  • 승인 2007-06-11 00:00
  • 신문게재 2007-06-12 20면
  • 서만철 공주대학교 교수서만철 공주대학교 교수
충청도는 특히 애국지사와 독립운동가가 많이 배출된 지역이다. 호국의 달인 6월에 들어서면 대전 국립현충원 앞을 지나 출퇴근을 하는 필자에게는 더욱 그러한 생각이 많이 든다. 얼른 떠올려도 이순신 장군이나 유관순 열사, 김좌진 장군, 윤봉길 의사 등 역사교과서를 장식하는 애국선열들이 특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도에서 이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사실과 비추어 볼 때, 충청인의 성정은 예나 지금이나 그 표현은 은근하지만 국가를 위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기는 매 한가지라 생각된다.

지난 5월 한.일기초과학교류의 일환으로 일본의 서부에 있는 문화도시로 평가받고 있는 가나자와(金澤)를 방문하였는데, 일과 후에 일본인 안내자가 우리 일행을 의외로 전몰자묘지로 안내하였다. 그 곳에는 뜻하지 않게도 윤봉길 의사 추모비가 웅장하게 서 있는게 아닌가? 사연을 들어본 즉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해의 홍구공원에서 도시락 폭탄 투척사건 이후 바로 구속되어 일본으로 압송되고 군사재판을 받고 그해 12월 19일 가나자와시의 육군 공병대 건설현장에서 총살형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 후 윤봉길 의사의 유해 암장지를 보존하려는 재일교포 박인조(朴仁曹) 선생의 평생을 건 노력과 ‘의거 60주년기념 사업추진위원회’와 민단에서 ‘윤봉길의사순국기념비(尹奉吉義士殉國紀念碑)’를 한국을 향해 세워 윤 의사의 순국을 추모하고 있다. 침략전쟁을 위해 죽은 일본인들의 묘역 한가운데, 한국 독립운동의 주역인 윤 의사의 비가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니 죽어서까지도 영혼의 세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향 예산에서 월진회를 만들어 농촌계몽 운동을 하던 청년 윤봉길은 1930년 22세의 나이에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이라는 글귀를 남기고 집을 떠나 중국 상하이에서 김구 선생이 주도하는 한인애국단에 가입했다. 김 구 선생은 1932년 4월 29일 상하이의 홍구 공원에서 열리는 일본 천황의 생일축하연과 전승 기념 행사를 폭탄으로 공격할 계획을 세웠으며, 협의 끝에 윤봉길이 폭탄을 투척하기로 결의 하였다. 그 협의 과정에서 나 같았으면 어떻게 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그러나 윤봉길 의사는 달랐다. 거사 직전 김구 선생에게 남긴 다음과 같은 그의 유서들을 읽어보면 그의 결심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 동포여! 더 살고 싶은 것이 인정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택해야 할 오직 한 번의 가장 좋은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백 년을 살기보다 조국의 영광을 지키는 이 기회를 택했습니다.

안녕히, 안녕히들 계십시오."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의거는 당시 침체에 빠진 우리 독립운동에 새로운 활로를 열었던 사건으로서, 당시 중국 정부의 장개석은 '중국의 백만 군대가 하지 못한 일을 한국의 한 의사가 능히 해냈으니 장하도다'라고 말하면서 김구 선생과의 면담을 청하고 한국 독립운동에 대한 적극 지원을 약속하고 중국에서의 한국 민족 독립운동을 가능케 하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한-일간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다. 동해바다 저편의 가나자와시 전몰자 묘역에서 우리나라를 향하고 있는 윤봉길 의사의 추모비 앞에서 다시 한번 숙연해지고 이런 일들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25세의 꽃다운 나이에 의롭게 목숨을 던진 윤봉길 의사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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