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또 다른 우리의 이름이요, 호국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의무이며, 보훈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도리라는 대전시 지자체 광고 문안 내용을 과연 우리는 얼마나 실감할 수 있나. ‘오늘날의 대한민국, 당신들의 피의 대가입니다’란 문구가 지닌 의미를 소위 신세대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주적(主敵)의 개념마저 논쟁의 대상이 되어 버린 현실에서, 호국은 특별히 세대 간에 그 의미가 다르게 인식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민주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단계라고 보지만, 진보와 보수의 상충과정에서 안보의 개념마저 혼란스럽게 되어졌다. 그 결과, 청소년층에게는 어떤 대상으로부터 누가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것인지조차 애매해졌다.
애국심 결핍이 아니라 관련사항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가 원인일 수도 있다. 사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미국과 북한간의 문제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태의 심각성과 그 대상이 우리라는 사실마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의 정부 이후 펼쳐온 북한에 대한 햇볕 정책의 득실을 국민들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문제제기가 있다면 정치적 대립, 이해관계에서 파생되는 갈등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북한과의 상호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에 대처 방안에 유연성을 기해야 한다지만, 좌우파 대립이나 여야간 정쟁정도로 치부해서 남북간에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검토가 명확한 결론도출 없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방향 검토나 수정이 필요하다면, 숙고를 미루거나 방향성 없는 상태를 지속 시킬 일이 결코 아니다.
안보, 대북관(對北觀) 등에 대한 견해의 상호 대립이나 충돌 또한 잘못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견 대립상태인 채로 버려둘 수없는 문제를 그대로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필요해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정을 가졌다면, 명확한 방향을 시급히 설정한 다음에 그 방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정책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안보를 들먹이는 것은 전형적인 수구꼴통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웬만한 소신 없이 안보를 화두로 올렸다가는 화를 자초하게 된다. 안보나 대북정책의 오류를 지적하며 핏대 올리는 황장엽씨나 김동길씨 등의 전문 지식인들이 철저히 외면 받기가 일쑤다. 반공이나 승공개념의 논의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통일, 영구한 평화 유지, 긴장완화를 위해 적어도 어떠한 국민인식과 의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호국이라는 차원에서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함이다. 호국에 실수나 실패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고의 노력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 남북 긴장완화노력은 결코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효과에 대한 확신도 없다. 아직도 우리는 남북간 상호 대등한 노력의 주체마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여전히 일축즉발의 긴장상태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분단국가라는 조건에서, 호국의 의미나 인식은 세대와 계층 간에 다른 상태로 지속될 수는 없다. 호국의 방법은 다양 할 수 있으나, 지향점이나 근본 원칙은 분명 같아야 한다. 한국적 호국의 의미에 대한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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