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한국영화 ‘밀양’이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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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한국영화 ‘밀양’이 남긴 과제

  • 승인 2007-06-04 00:00
  • 신문게재 2007-06-05 20면
  • 길환영 KBS대전방송총국장길환영 KBS대전방송총국장
영화 ‘밀양’이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었다. 지난 주말 필자가 찾은 영화관은 심야였음에도 2/3가 젊은이들로 채워졌고 나이 든 관객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2시간20분여의 긴 상영이 끝난 뒤 돌아가는 관객들의 표정은 명쾌하지 않은 엔딩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칭찬에 인색한 듯 보였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주인공 전도연의 연기는 세계적인 칸 영화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 했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소름이 돋을 만큼 감동적이고 자랑스러웠다.

연출력과 작품성을 인정받던 근래 한국영화의 상승세에 더해 연기력으로 어필했다는 것은 한국영화의 앞날을 생각할 때 더 없이 고무적인 일이다. 베를린, 베니스, 칸의 세계 3대 영화제를 비롯하여 모스크바, 도쿄 영화제 등 한국영화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해 온 역사는 깊다. 이처럼 한국영화가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인생의 본질을 탁월하게 그려내는 영화적인 완성도 때문일 것이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보고도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인의 정서를 연출해 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칭찬할 만하다. 한국영화가 인정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 온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꾸준한 해외 마케팅과 출품의 노력이 수출과 수상으로 이어졌고, 한국영화가 하나의 독립된 감성의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 프랑스 영화를 각각의 문화로 이해하듯 한국영화도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영화의 질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한국영화는 흥행에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5년 ‘웰컴 투 동막골’, 2006년의 ‘괴물’ 처럼 한 해, 한 두 편의 흥행작을 제외하고는 할리우드 영화에 치여 스크린에 채 일주일도 걸리지 못하는 한국영화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영화는 예술의 한 장르이기도 하지만, 상업적 기반에 큰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보다 좋은 제작 환경이 우선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영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최근 영화계의 움직임은 그래서 중요하다.

영화의 바탕은 시나리오이다. 좋은 시나리오는 곧 제작의 동기가 된다. 언젠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영화가 잘 되려면 국문과나 문예창작과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을 기억한다. 재미있고 다양한 소재의 시나리오가 많이 나와야 영화가 발전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미 우리에겐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들이 있다. 세계가 탐내는 배우들도 있고, 영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제작자들과 이들을 도와 현장에서 땀 흘릴 영화인들이 줄을 서있다. 이젠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할 멋진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때다.

1997년 개봉된 영화 ‘굿 윌 헌팅’의 주연배우인 맷 데이먼은 이 영화의 각본을 직접 써서 이듬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얼핏 보면 ‘세상과 단절된 한 천재 소년의 사랑과 우정’이라는 평범한 듯한 소재이다. 그러나 그는 평범한 이야기를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래서 시나리오는 더 힘이 있다.

맷 데이먼, 그는 우리에게 영화의 주연으로 유명하지만, 남다른 각본을 만들어 내고 온갖 정열을 쏟아 붓는 그들이 있기에 할리우드는 여전히 세계영화의 메카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밀양’에 쏟아진 세계인의 갈채에 힘입어 한국영화가 한국인의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문화 브랜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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