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우정보다 내면의 아픔에 초점
긴장감 떨어지고 막판 반전도 ‘식상’
술독에 빠진 아방은 경찰을 나와 사립탐정이 됐다. 유정희는 종군기자인 숙진(쉬징레이)와 결혼한다. 숙진의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사건을 맡은 유정희는 돈을 노린 강도의 범행으로 수사를 마무리한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여긴 숙진은 아방에게 수사를 의뢰한다.
영화는 유정희가 숙진의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일찌감치 보여준다.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왜 죽였을까를 아방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모든 걸 다 잃었다고 생각했고 상처를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는 남자의 눈을 통해 무거운 짐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의 우울한 초상을 그리려 한다.
거대한 운명에 휘말려 이중적인 생활을 해야만 하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상성`과 ‘무간도`는 닮아 있다. 하지만 인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에 주력했던 ‘무간도`와 달리 ‘상성`은 내면의 아픔을 곱씹는다. 아방은 여자 친구의 자살을 떨치지 못하고 숙진은 누군가에게 미행당한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유정희는 꾸민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지만 예정에 없던 사랑을 느끼는 딜레마에 빠진다.
스릴러와 심리극을 나란히 끌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스릴러의 긴장감도 떨어지고 드라마도 약하다. ‘왜 장인을 죽여야만 했나`라는 질문도, 대답도 흡인력을 갖지 못한다. 인물들의 상처가 사건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 설득력을 얻어서 관객들의 가슴을 쿵하고 울려야 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막판 반전도 식상하다.
그래도 역시나 영상은 유려하고 음악은 비장하다. 홍콩의 화려한 모습은 애절하게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캐럴과 느리게 이동하는 카메라의 움직임 속에서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류웨이장, 마이자오후이 감독은 그렇게 아련한 시선으로 홍콩을 위무한다. 왜 하필 2003년 이었을까. 사족을 달자면 이 해 홍콩은 사스의 피해를 심각하게 입었고 오랜 시간 소통의 단절을 불러왔다고.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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