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북한도서 수집 25만권 달해
北소설 ‘황진이’ 이은 ‘군바바’ 출판
“남북 언어·문학 연구 활발해졌으면…”
30일 선화동 대훈서적 사무실에서 만난 김주팔(66) 대표는 다소 고무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6월 1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7서울국제도서전` 준비에 한창이다.
대훈서적은 이번 국제도서전에서 `남북출판물 어떻게 다른가`를 주제로 남북도서 비교전시를 연다. `황진이`에 이은 두 번째 북한 서적 `군바바`의 출판과도 맞물려 바쁜 와중에도 김 대표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김 대표는 이번 도서 비교전에 대해 "민족의 이질화를 극복하고, 동질성을 찾아 가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가 북한 소설 `황진이`와 `군바바`를 연 이어 출간하면서 느낀 언어의 이질감은 심각했다.
"우리 세대는 그래도 좀 낫지만 황진이나 군바바만 봐도 젊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많아요. 과연 뭐가 얼마나 다르고 같은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89년부터 20년 가까이 북한도서를 수집해 왔다. 북한에는 책의 재판이 없어 수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북한도서만도 25만여 권. 그는 이번 전시에서 3천여 종의 도서와 출판물을 내어 보일 예정이다. 그 중에는 남과 북에서 동시에 출간한 세계문학 작품들도 적지 않다. 그는 "남과 북에서 같이 출간된 책을 펼쳐 놓으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전시를 계기로 학자들도 남북한 언어 연구에 좀 더 힘을 쏟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 7월 통일독서대회도 개최할 예정인 김대표는 "내년 국제도서전에는 북측 인사들을 초청하고, 평양 국제도서전에도 초청받아 가고 싶다"며 "남과 북이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언어와 문화의 이질성을 좁혀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평양문화교류협회 이사장을 맡아 남북 도서 및 문화 교류에 힘 쏟고 있는 김 대표가 북한서적 출판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5년 북한 소설 `군바바`를 처음 접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김 대표는 작가 김혜성이 30대 초반의 젊은이라는 것을 알고 작품을 다시 탐독한 뒤 출판을 결심했다.
소설 `군바바`가 서울을 무대로 일본에 의한 강제 군대해산이라는 민족의 아픔과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다는 것에 매료됐다. 그는 "작가 김혜성은 천재적인 작가"라며 "시대에 충실한 역사소설로 체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남한에서도 쉽게 읽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김혜성은...1973년 평양 출생으로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를 나온 북한의 신예작가다. `조선문학` 2004년 4월호에 단편소설 `열쇠`를 발표해 실력을 인정 받았으며, `군바바`는 그의 첫 장편역사소설이다. 전(戰)후 세대로 서울을 전혀 알 수 없는 그가 서울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다는 것이 신선함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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