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무슨 날’이 만들어진 데는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깊은 관계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혼인은 줄어드는데 반해 이혼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가족에 대한 관념이 바뀌고 결손가정의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이고 가정의 축은 부부이다. 따라서 가정의 화목은 사회의 평안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통계로 본 혼인과 이혼이야기.몇해 전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47%라는 신문보도가 있자 세상이 시끄러웠다. 그러나 혼인율이나 이혼율이라는 단어는 통계학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단어다.
통계청에서는 연간 인구 1000명 당 혼인 또는 이혼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 또는 조이혼율이라는 단어를 쓴다.
혼인율과 이혼율은 일정하게 한 시점에서 수치로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조잡하다”는 의미의 조(粗)자를 앞에 붙여 사용한다. 왜냐하면 이 1000명 중에는 80세먹은 할아버지도 있고 두 살 먹은 여자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에서 조혼인율을 분모로, 조이혼율을 분자로 놓고 계산하여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하기 때문에 이혼율이 47%라는 통계를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건 맞지않다. 혼인율은 금년에 혼인한 건수다. 물론 이혼율도 금년 한 해 동안에 이혼한 건수이지만 여기에는 60년 전에 혼인한 황혼이혼도 있고 신혼여행 갔다 와서 다음날 이혼한 사람까지 포함하는 누적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우리나라 이혼율이 세계3위라고 하는데 여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혼율은 나라간 단순비교를 하기가 어렵다. 통계청에서는 이혼율에 대한 국제비교를 하지 않는다. 혼인에 대한 관습이 나라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서구사회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비율이 높다. 영국 아이의 셋 중 하나는 결혼하지않은 부모에게서 난 아이라고 하는 통계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와 단순 비교하여 순위를 매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가 혼인이 줄어들고 이혼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부부의 의미가 새로워지고 있다.
‘와인세대’란 말도 등장했다. 시간을 두고 숙성하는 와인처럼 인고의 시기를 견뎌 내고 새롭게 태어나는 45세에서부터 64세까지의 세대(Well Integrated New Elder ; WINE)를 가리킨다. 이들 세대의 몇 가지 특징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라이프 스타일이 부부중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자식들이 모두 둥지를 떠나면 늙은 부부만 남게 된다. 늙어서 의지할 사람은 부부 밖에 없으니 노후 30년을 두사람만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편이 먼저 죽으면 아내는 더 오래 산다’는 농담이 있다.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반대로 아내가 먼저 죽으면 남편은 더빨리 죽는데, 하늘나라로 빨리 쫓아가서 또 귀찮게 하려고 그런다는 것이다.
부부란 이렇게 평생을 아옹다옹하기도 하고 사랑도 하며 살아간다.
‘열살 줄은 서로 뭣 모르며 살고…’로 시작되는 우리의 구전 민요 ‘부부요’는 고운정 미운정이 쌓인 부부애를 노래하면서 ‘일흔 줄은 서로 등 긁어 줄 사람없어서 산다’로 마무리 하고 있다. ‘서로 등 긁어 준다’는 말에 숨어있는 의미를 다시 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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