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감상을 빌리지 않더라도 5월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대지에는 라일락과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하고 연초록 잎사귀마다 비치는 햇살은 구슬처럼 영롱하다.
작은 새의 날갯짓도 활기가 넘치고, 척박한 땅에서 싹을 틔워 꽃을 피운 이름모를 잡초도 희열을 느끼게 한다.
풀 한포기, 꽃 한송이가 새롭고 귀하게 다가오는 5월. 그래서 시인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이름을 지었나 보다.
자연이 인간에게 계절의 여왕이란 선물을 주었듯이 우리도 챙기고, 돌보고, 다독여야 할 것들이 가장 많은 달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기념일들이 5월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1일 근로자의 날로 시작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석가탄신일, 성년의날 등 다섯 손가락이 모자란다. 기념일을 일일이 챙기다 보면 지갑 얇은 서민들은 온통 혼란스럽다.
백화점, 대형마트의 상술까지 겹쳐 이벤트를 쏟아내지만 형편이 빠듯한 주부들의 마음은 우울하다 못해 서글프다. 수입은 뻔하고 챙겨야 할 것은 많다보니 계절의 여왕이 펼치는 향연인 새의 지저귐과 빛나는 해, 피는 꽃조차 살갑게 다가오질 않는다.
처한 형편이 여의치 못하다 보니 그동안 무심함을 한꺼번에 갚으려는 급한 마음이 앞서고 있기 때문 아닌지 자문을 하게 된다.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인 이양하씨는 ‘신록예찬’에서 ‘비록 우리가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이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 하지 아니한가?’라고 5월 예찬을 했다.
벌써 5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고 있다.
신록예찬의 글귀를 음미하면서 고개를 들어 지금 맞는 5월의 하늘과 푸르름을 한번보자. 그러면 조금은 생활의 활기가 돌지 않을까. 그리고 다시 올 5월을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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