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공포 시도.연기도 좋은데…
관절 꺾는 귀신은 링의 사다코?
영화 ‘전설의 고향`은 ‘콩쥐 팥쥐`의 비틀린 버전이다. 콩쥐와 팥쥐가 물에 빠졌다. 당신이라면 손을 잡은 두 딸 가운데 누구를 구할 것인가. 엄마는 쌍둥이 자매 가운데 효진을 버리고 언니 수연을 살려냈다. 사고 후 혼수상태에 빠졌던 수연이 10만에 극적으로 깨어나고 이때부터 마을에는 원인불명의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복을 차려입은 처녀 귀신, 왠지 뒷골이 서늘해지는 화장실, 마을 아낙네들이 주고받는 화제가 더 무서운 빨래터, 함부로 발을 디뎠다간 혼쭐날 것 같은 성황당 등 전통적인 그림들이 반갑다. 김 감독은 한국 공포물의 원형을 불러내고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를 하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들려주려 한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전설의 고향`이라는 제목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공포의 이미지는 난도질로 피를 흘리는 식이 아니라 은근한 비주얼과 음향효과로 찬찬히 구현된다. 그런 전통적인 방식의 도입은 나쁘지 않다. 군데군데 공포를 느낄만한 구석도 있고 약간의 반전을 숨겨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위 ‘때깔`이라 부르는 비주얼은 예상치를 뛰어 넘는다.
그러나 물러서서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게 소연이냐 효진이냐, 누구냐고 물어야 하는 건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도플갱어다. 공동체적 죄의식은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를 떠올리게 한다. 결정적으로 관절을 꺾는 귀신은 뭔가. 사다코 아닌가.
공포영화는 그 어떤 장르보다 특유의 영화 미학이 돋보일 수 있는 창의적 장르다. 한국 공포물의 원형을 찾겠다는 의도도 사극공포라는 시작도 좋았다. 창의적 장면도 제법 있다. 수연과 효진 1인2역을 해낸 박신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런데 왜 다른 영화를 곁눈질하면서 슬금슬금 샛길로 빠지느냔 말이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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