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법적 근거를 통해 본다면 대전에는 여성 노숙인을 위한 쉼터, 가족단위 노숙인을 위한 쉼터, 알코올중독자들을 위한 쉼터, 재활프로그램을 전문으로 하는 쉼터, 자활쉼터 등등 그런대로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었다. 또한 광의의 개념으로 보면 노숙인 범주에 들어가는 쪽방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쪽방상담소도 갖추고 있고, 노숙인과 쪽방사람들의 의료문제를 해결해 주는 무료진료소도 있으며, 가장 기초적인 먹거리를 해결해 주는 무료 급식소도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런 보호체계를 넘어 완전한 자활을 위한 자활공동체가 2006년부터 금산에서 실험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거리에는 노숙인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이런 보호체계 안에 올 것을 종용하지만 외면해 버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숙인 하면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사람,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 불결한 사람, 남의 등이나 치는 양아치 등으로 쉽게 규정해 버린다. 이렇듯 거리를 고집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각도 멀쩡한 쉼터나 응급잠자리를 놓고 거리에 있으니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거리에서 지내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문제인가?
초창기 대전역에서 거리 상담 및 거리 급식을 하면서 만난 분 중에 한 분의 이야기다.(현재는 쪽방을 얻어 지내고 계신다) 이 분은 중견 건설회사 현장 소장으로 일하다가 천안역에서 역무원과 승차권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부랑인 시설 양지마을로 잡혀가 6년을 갇혀 지내다가 양지마을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가까스로 풀려난 분이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양지마을에서 나와 먼저 가족을 찾아가 보니 아들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부인은 남편이 행방불명되면서 정신이상으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인을 찾아 대전까지 왔지만 부인을 찾지 못하고 대전에서 지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리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쉼터에서 지내는 것이 한결 낫지 않겠냐고 말하니 쉼터도 시설 아니냐며 시설을 나오기 위해 6년을 노력했는데 아무리 시설이 호텔과 같아도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고, 기상시간이 정해져 있고, 잠이 안와 책이나 텔레비전을 보고 싶어도 잠자는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봐 큰 소리도 못내는 등 개인적인 생활은 제약받고 단체로 생활하는 곳이라면 어느 누구도 쉽게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각각 그 사람들의 사정과 이유가 쉼터보다는 거리를 택해야 하는 이유들이 있는데 그것을 단순히 배가 불러서, 고생을 덜 해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거리를 선택한 사람들의 상황을 알아보고 그것에 맞는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 다시 말해 그들의 눈으로, 그들의 자리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분명 길은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