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진 전 중도일보 주필 |
‘엄청도’란 ‘멍청도’의 상대어로 반세기 만에 되찾은 우리의 초상(肖像)이라 할 수 있다. 지난날 우리에겐 ‘버럭’, ‘핫바지’, ‘멍청도’, ‘대타자(代打者)’, ‘제2중대’ 등의 별명이 따라다녔으나 여기서 벗어나 엄청난 도민, ‘강한충남’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충청인의 기질을 고찰해 보면 거기엔 분명 영호남의 그것과 다른 점이 있다.
인간 유형을 두 종류로 구분할 때 하나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형과 그 다음은 셰익스피어에 나오는 ‘햄릿’형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두 인간형은 문학세계에서 분류하는 경우지만 안수길에 와선 ‘제3인간형’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창출해낸 것이다. 굳이 여기에 한국인을 대입(代入)한다면 저돌성과 강직성을 지닌 ‘돈키호테’는 영남인에 가깝고 인종할 줄 알고 슬기로운 면에서 호남인을 ‘햄릿’형이라 한다면 결례가 될지 모른다.
그 다음 충청인은 ‘제3인간형’으로 모나지 않은 성격에 균형감각을 지닌 인간상으로 치부해볼 수 있다. ‘울트라’와 적극성에선 좀 뒤지는 찬찬한 참모 같은 것이 충청인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이완구 지사는 내심 충청인 기질개조를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충청인이 그렇다고 장점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문제(사안) 앞에 너무 숙고한다던가. 때로는 과단성에 뒤진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매사에 사려 깊고 신중한 건 자랑일수 있지만 너무 체면과 명분을 중시하다 실리를 못 챙긴다는 점도 외면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완구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이나 지사 부임 후에도 할말은 하고 중앙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선거 때 군중 속에서 ‘저 사람 충청도 아닌가비여!’ 소리가 나돌 정도로 논리는 정연하지만 남한테 지고는 못 견디는 성품….
지난 17일 목요언론인클럽 초청세미나에서도 그 특유의 억양을 높이며 충청권은 중앙에 차관 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장항산단’은 정부의 대안을 놓고 서천군수와 군민이 접촉하고 있지만 잘못되는 경우 군수와 군민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색을 했다.
이 지사는 이렇듯 외롭게 싸우고 있는 작금의 심경을 토로하며 충남출신 국회의원들의 비협조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패널이 충남도정이 전과 다를 바 없는 그저 그런 모습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라고 묻자 순간 얼굴색이 검붉게 번했다.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네!”하더니 백제문화권 개발의 전면 재검토, ‘백제문화제’의 통합 거행에 해마다 40억을 지원하며 외자유치, 아산지역 공단확장 등 도정방향이 크게 발전해간다며 실례를 들었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 장난을 그만하라고 외쳤고 대권주자들에겐 따로 챙겨놓은 메시지가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충남을 푸대접한다면 충청인의 단합된 힘으로 대권주자, 내년 총선에 나설 국회의원 후보들과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의 일환인것이다. 각 정당과 대권주자, 국회의원을 향해 이렇듯 직격탄을 날리는걸 보고 주변에선 ‘일을 낼 사람’, ‘투사형’, ‘못 말릴 사람’이라는 평이 나돌기도 했다.
일각에선 ‘너무 튀는 게 아닌가?’, ‘독불장군’ 소리가 나오다가 요즘엔 ‘당찬 인물’ 또는 ‘소신있는 지사’ 소리를 듣는다. 부임 초 기자회견에서 그가 한 말이 떠오른다. 어제까지는 정치인이었으나 오늘부터는 ‘목민관’이라면서 그러나 충청도민이 불이익을 받는 일엔 몸을 던져 싸우겠다던 그 말….
요즘 이완구 지사는 고독하게 뛰고 있는데 정치와 행정, 이 모두는 혈기나 뚝심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요즘 지자체장은 반은 정치인이요, 반은 목민관(행정가)이라는 동전(銅錢)의 양면 같은 두 얼굴을 지녔다는 걸 실감한다. 어떻든 이완구 지사는 도민과의 공약을 지키고 도민의 살림 또한 풍성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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