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이에도 시장가 40% 변동 막중한 책임감”
농협대전공판장 과일팀 정광호(53·사진) 차장은 30년 경력의 베테랑 경매사다.
‘경매사`라고 하면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 용어와 수신호(手信號)로 농산물의 가격을 매기는 전문가로 기억된다.
경매사는 농업인들이 1년 동안 공들여 온 결실을 평가하고 소비자들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중요한‘문지기(게이트 키퍼:Gate Keeper)`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전자 입찰이 도입되면서 과거와 같은 박진감은 다소 미흡하지만, 전국적으로 ‘문지기`역할을 맡은 경매사 들이 1000여명에 불과하다.
정 차장의 하루는 새벽 4시면 시작된다. 어김없이 새벽시간에 공판장에 출근해 시장을 둘러보며 경매해야 할 과일의 반입량과 재고량을 파악한다. 각 공판장의 그날 그날 과일 시세도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항목 중에 하나.
공급의 1% 차이에도 시장 가격은 30~40%가 변동이 일어나는 만큼 수요 공급의 중간자 역할을 맡은 그로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단다.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 하면서 소비자는 싸게 농산물을 구입하고 생산자는 자신의 농산물을 값비싸게 판매하도록 하는 역할이 쉽지 않아요”
그도 그럴 것이 농산물이 낮은 등급을 받고 불만을 가진 농업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농업인들은 경매 가격에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아우르고 납득시키는 일도 정 차장에게 중요한 임무였다.
“사무실의 책상이 뒤집히는 일도 수차례였다”고 회상하는 정 차장은 30년을 한결같이 외길을 걸었다.
대형유통점들이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어 도매시장의 역할은 점차 위축되고 있지만 가격의 시세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은 변함이 없다.
이른 새벽 열정 있는 그의 땀방울이 보람 있고 값지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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