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식사하는 자리였다. 단경 임승술은 서예가이자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그가 11월에 늦깎이 조형예술대학원 서예전공 졸업작품전을 한단다. 그의 나이 오십을 지나쳤다.
저녁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그의 작업실을 찾아 술잔을 기울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십 여 년의 인연동안 그의 한결같은 붓질을 기억한다. 성실과 담백한 인품이 묻어나는 그 전시의 작품성의 승화와는 상관없이 예술가로서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서예를 통하여 인생외길을 걸어왔는데 자신이 쓴 작품이 보는 이 마다 담담하게 물리지 않고 바라 볼 수 있는 글씨 하나를 내 놓고 싶은 것이 죽기 전 소망이란다. 요즘 시끄러운 미술계와는 대조적으로 올곧은 생각의 그의 전시가 자못 궁금하다.
그런 그에게“ 작품은 사회와 인간 조건에 대한 비평이다 ” 라고 하던 이오네스코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가장 이율배반적이면서도 동시에 상보적인 이 충동이 결국 작가로 하여금 작품을 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예술혼이다. 가끔은 세상 사람들의 왜곡된 문화에 대한 인식의 체계로 인하여 작품들은 길을 잃고 만다. 이미 몰이해로 인한 작가의 사치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때부터 어떤 가치척도를 지니고 있지 않다.
문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한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대립이 발생하는 것 이 두 가지 문제가 현실이다. 이러한 심오한 불확실이 역사적으로 예술가들은 이런 저런 계급에 속해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최근에 초대 받은 음악회를 간적이 있다. 개인이 도시락을 준비해 가고 수준 높은 공연을 공연장이 아닌 일반 장소에서 즐기는 올바른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생각하게 하는 아니 문화의 역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화두를 주는 연주회였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화모니는 아름다웠다. 이미 그곳은 구현되는 예술성에 대한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무대와 객석 거리를 허물고 다가선 화해를 보는듯한 감동을 파동처럼 느끼는 공연 이름 ‘禱視樂(도시락)` 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미영과 건축가 김억중 교수 부부의 십 여 년동안 해온 묵힌 문화의 향수다.
현대 문화는 색의 스펙트럼처럼 왜곡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화는 그러한 부정적인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주는 예술가들을 품고 있다. 이렇듯 지엽성을 극복하는 김미영 김억중 교수 부부의 노력과 단경 임승술 선생의 예술에 대한 바램과 자세가 봄물처럼 소중한 문화의 날숨이 아닌가 싶다 지켜 볼 일이다 이들의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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